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뉴욕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고 달러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중소형주 강세와 강달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자국우선주의와 관세정책 강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과 이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등은 수출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한 국내 기업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 외신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시간 기준으로 8일 새벽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지난 9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시각이 파다하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트럼프 당선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달러 강세 현상이 심해졌다”며 “공약대로 높은 세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일찍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 안팎으로 달러는 강세로 치닫고 있다. 유로화,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6일(현지시간) 오후 8시경 105.25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야간거래에서 1405원을 찍고 현재 1390원 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뉴욕증시 주요지수도 일제히 상승했다. 전일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지난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비트코인 역시 이날 오전 6시 전후로 7만6000달러대를 터치하며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다만 이러한 특정 자산의 강세는 단기 변동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내년부터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레드스윕'에 힘입어 관세 강화와 이민자 추방 등 자국우선주의 정책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관세 강화는 수입물가 상승을 촉발하고, 이민자 감소는 서비스 부문 중심으로 임금인상과 제품가격 인상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관세강화와 이민자 감소 조치는 의회 동의 없이 행정명령만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언제라도 인플레이션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주가 변동성은 이전에 비해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대미 무역흑자가 큰 자동차, 석유, 배터리 업종을 중심으로 관세가 부과될 리스크가 높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관련 업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전, 방산, 바이오 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이차전지, 철강 등 분야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진다. 다만 한국의 수출 대표 업종인 반도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반도체 등 중간재의 대중 수출 비중이 높았던 과거와는 달리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는 건 긍정적 요인이다. 반대로 반도체지원금 지원 규모 축소와 대중 수출 통제 동참 요구 증가로 인한 대중 수출 부담 확대는 부정적 요인이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에는 부정적인 결과다. 상대적인 언더퍼폼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트럼프의 부양·압박 순서, 중국의 대응 부양책 등이 증시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