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 회계의 뇌관으로 '가수금'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증가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가수금 처리가 늘어나면서 재무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원자재 값은 치솟고, 인건비 부담은 늘어나는데, 은행 대출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어요.” 경기도 시화공단에서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는 B사 대표의 한숨 섞인 목소리다.
한국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의 73%가 운영자금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대표이사의 개인 자금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현재의 가수금 증가 현상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은행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중소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15% 상승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가수금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정상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것이 가수금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기업의 재무구조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수금은 법인에 현금 수입이 있었지만 처리할 계정이 확인되지 않거나 금액이 미확정일 경우에 일시적으로 수입을 처리하는 임시 계정을 뜻한다. 즉, 대표이사의 개인 자금을 법인에서 사용하는 경우 기업은 부채를 떠안게 되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속적으로 가수금 계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의 경우, 원자재 구매 대금이나 인건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면서 이를 가수금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세무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수금은 부채비율, 당좌비율, 유동비율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법인의 재무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신용평가등급이 낮아져 정부 및 공공기관 사업 참여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특히 가수금이 3년 이상 장기 미정리된 경우나, 매출액 대비 가수금 비중이 업종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경우 세무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무조사 시 가수금에 대한 증빙이 불확실하다면 부가세, 신고불성실가산세, 납부불성실가산세 등의 각종 세금을 납부할 수 있고 추후 상속 추정 규정이 적용되어 상속세가 증가할 수 있다. 또 매출 증가에 따른 법인세가 발생할 수 있다.
가수금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현금성 자산이 있고 가수금의 금액이 적은 경우, 현금 상환이 좋다. 또는 법인의 정상적인 금융권 대출로의 전환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수금이 크고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경우, 출자전환을 통한 자본 확충의 방법이 있다. 가수금 출자전환은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가수금 출자전환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기업이 채무액에 상응하는 주식을 발행하고 그 주식을 대표가 인수하여 가수금을 자본으로 전환해야 하기에 주식발행가액과 주식의 시가가 다르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시가가 아닌 금액으로 출자전환한다면 증여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출자전환 과정에서 신주발행가액이 부채보다 낮을 때 채무면제 이익이 발생해 법인세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수금은 불필요한 세금을 발생시키며 기업 활동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또 고의적인 매출 누락과 세금 회피 등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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