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커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오가는 강달러 국면 속에 당초 성장률 전망치 하향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였던 미국 대선의 종료에도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가시질 않을 것이란 전망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지난 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의장이 “단기적으로 볼 때 선거가 우리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다. 미 연준은 지난 9월부터 지난 7일까지 기준금리를 총 두 차례 각각 0.50%P, 0.25%P 낮췄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이후에는 금리 인하 속도가 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12월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가능성은 10월 물가지표와 11월 고용지표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내년 이후에 금리인하 사이클에 대한 전망은 이전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표(CPI)는 오는 13일(현지시간) 공개된다.
오는 28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덩달아 커지게 됐다.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하에 따라 한·미간 기준금리차는 다시 1.50%로 줄었다. 시장 관측대로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경우 격차는 1.25%로 줄어든다. 한은도 지난달에 이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할 부담이 추가로 생기는 셈이다.
다만 최근 가파르게 오른 환율은 금리 인하의 큰 걸림돌이다.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 된 이후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선을 뛰어넘기도 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경우 달러 선호 현상이 더욱 심해질 공산이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통화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서 환율 수준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부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동결 기조를 이어가자니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한 수출이 문제다. 내수 부진 역시 해결되지 않는 숙제다. 한은 역시 성장 전망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한은은 지난 7일 '9월 국제수지(잠정) 발표'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영향은 내년 경상수지에 영향을 줄 것이고 경상수지 전망치는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8곳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 조정하고 있다. 9월말 2.5%에서 10월말 2.3%로 0.2%P 하향 조정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성장 전망치 조정과 함께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불확실성 속에서도 하루 빨리 시그널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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