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규 상장기업이 잇따라 증시에 입성하는 가운데 주가는 공모가를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 약세는 물론 공모청약 단계에서도 투자자의 외면을 받는 분위기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노머스는 올해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공모청약을 마무리했다. 최소 단위로 청약한 투자자도 5주에서 15주까지 배정받았다. 공모주 흥행으로 0.5주 물량이 균등배정돼 단 한 주도 받지 못했던 연초와는 크게 다른 분위기다. 가장 큰 규모로 청약한 투자자는 총 8583건에 이르는 주식을 배정받기도 했다.
노머스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과정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희망가 최상단인 3만2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일반투자자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노머스의 뒤를 이어 상장할 닷밀(13일), 쓰리빌리언(14일) 역시 100대 1에 못미치는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신규 상장기업의 첫 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하락해 마감하는 최근 증시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들 신규 상장 기업 역시 마찬가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달 들어 신규 상장한 기업 6개사는 더본코리아를 제외하곤 모두 시초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첫날 종가 역시 하락 마감한 것은 물론이다.
최근 공모청약을 마친 기업도 사정은 썩 좋지 않다. 엠오티는 7대 1, 에스켐은 75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수요예측 성과가 가장 좋았던 위츠의 청약경쟁률이 223.16대 1을 기록하며 투자자 선택을 받았다. 오는 11일 공모청약을 실시할 사이냅소프트 역시 청약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운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IPO 시장 분위기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시초가 수익은 물론 오래 들고 있어도 별 재미를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번지는 분위기”라면서 “그럼에도 더본코리아 같은 경우 흥행에 성공하면서 IPO 시장에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IPO 시장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증시 입성을 대기하는 기업은 줄지어 있다. 이달 중 공모청약을 마치고 상장일을 받아둔 기업만도 14개사가 남았다. 다음달 역시 수요예측, 공모청약을 대기하는 기업이 줄지어 몰려있다. 제 값을 받지 못하더라도 일단 상장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거래소는 물론 금융감독원까지도 상장 문턱을 크게 높이면서 예비심사를 통과했다면 얼마 먹을게 없더라도 일단 가야한다는 분위기가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의무보유 기간동안 주가가 크게 하락하더라도 장외시장보다는 장내에서 일부라도 회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정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보호예수 해제 안팎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시기를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IPO업계 관계자는 “상장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던 기업이 주요 투자자의 보호예수 해제 기간 안팎으로 주가가 일시 반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면서 “상장 이후 일시 반등은 아직 매도하지 못한 주식의 손절기로 여겨야지 이를 추가 매수 기회로 착각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