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 2차 과제로 비급여와 실손보험을 꼽은건, 이를 필수의료 붕괴 원인중 하나로 보고 있어서다. 실제 비급여 진료 항목이 많은 전공학과에서 의사 연봉이 다른 의사들보다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보건복지부의 '의사 인력 임금 추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 인력 9만2570명 평균 연봉은 3억100만원으로 나타났다.
동네 의원과 상급종합병원 등 전체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소득을 분석한 자료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자료는 복지부가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자료중 하나다.
의사 평균 연봉은 2016년 2억800만원에서 2022년 3억100만원으로 연평균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 연봉은 2억1400만원에서 3억4500만원까지 연평균 8.3% 오른 반면, 중증·응급 의료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 의사 연봉은 1억5800만원에서 2억100만원으로 연평균 4.1% 상승했다.
개원의 중에선 안과 의사의 연봉이 6억15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서 정형외과 4억7100만원, 이비인후과 4억1300만원, 마취통증의학과 3억9100만원 순이다. 앞서 2020년 소아청소년과 의사 보수가 1억875만원으로 집계된 바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격차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가 연봉이 높은 진료과에 지급한 보험금에서 비급여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의사와 병원이 값을 올리기 쉬운 비급여 항목을 환자가 실손보험으로 처리하고, 이는 의사 수익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손해보험업계가 취합한 5개 주요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주요 진료과별 지급보험금 추이를 보면, 올 상반기 정형외과 진료로 지급한 실손보험금이 79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전체 보험금 지급에서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한다.
이비인후과에선 전체 지급보험금 1357억원 중 767억원(56.5%)이 비급여 명목으로 지급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마사지처럼 남용되는 정형외과·가정의학과 도수치료와 성형 목적 이비인후과 비밸브재건술 등 부르는게 값인 비급여 항목에서 보험금 누수가 크다”며 “과잉치료가 가능한 전공학과 의사의 연봉이 기피과에 비해 높은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안과의 경우 지난 2020년 백내장 수술로 인한 비급여 의료비가 급증하면서 전체 지급한 보험금(4836억원)중 비급여(3881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이 80.3%에 달했다. 2022년까지 70%대를 넘었으나, 이후 백내장 과잉수술 관련 입원 치료가 필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올해는 비급여 비율이 28.9%까지 급감한 상태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