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창업지원 사업보다 성과가 월등해 '한국의 실수'로 불리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팁스 선정 2년 만에 고용 인원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내놓은 팁스 프로그램 고용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팁스 누적 지원기업 2124개사 선정 시점 총 고용은 8.4명이었다. 선정 2년 후에는 평균 15.8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시점에 상용직 근로자가 임시·일용직 근로자 수를 넘어섰다.
보고서는 팁스 선정기업과 유사한 업력·규모의 비선정기업과도 비교했다. 팁스 선정 1년 전부터 선정 2년 후까지 3년 동안 팁스 기업 고용이 7명 더 증가했다. 초기기업으로선 큰 숫자다. 보고서는 “팁스 지원기업 고용 증가가 뚜렷하고 지속되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일자리 창출 주된 이유는 고용 여력이 늘어나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팁스 선정기업에 2년간 최대 5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제공한다. R&D 지원금으로 고급인력을 확보해 성장세를 탄 것이다. 팁스 선정 사실이 회사 선호도를 높여 인재 채용이 유리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보고서는 팁스가 기술창업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면서 시장 관점으로 구조를 설계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분석했다. 팁스는 운영사가 유망기업에 2억원 안팎을 투자한 후 추천하고,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운영사는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기술과 시장성을 검증하고 육성한다. 스타트업은 유망성을 무기로 다양한 운영사와 지분 등을 협상할 수 있다.
그 결과 팁스 선정기업 5년 후 생존율은 약 93%를 기록했다. 전체 창업기업의 5년차 생존율 33.8%와 차이가 크다. 뤼튼테크놀로지스·니어스랩은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기술선도기업에 포함됐고, 리벨리온·루닛·뤼이드·마키나락스는 CB인사이츠 100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선정되는 등 팁스 졸업 기업은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보고서는 정부 산하기관이 아닌 민간에 운영을 맡긴 점도 지원 효율을 높였다고 봤다. 팁스가 도입된 2013년 당시 민간투자 전문성을 보유한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운영기관을 맡았다. 팁스 운영사와 창업기업은 담당자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공공기관과 달리 엔젤투자협회의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이 주는 효과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팁스 운용사 관계자는 “과제 수행 문의 응대 등에서 공공기관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면서 “엔젤투자협회가 마련한 교육, 안내, 밋업 프로그램 덕분에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운영사의 보수적 경향 심화는 보완사항으로 꼽힌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팁스 운영사의 창업기업 보통주 투자 비중은 지난해 23.8%에 불과하고, 우선주 비중은 70.4%까지 늘었다. 우선주는 상환우선권 등이 투자자에게 부여돼 모험자본 성격이 희석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창업생태계가 위축되면서 추천권 소진 비율도 줄어들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10여년간 민간협력으로 진행된 팁스 사업의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때”라면서 “그간의 성과와 국회 지적 등을 검토해 조만간 개선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