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기업들이 앞다퉈 국내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의 높은 가상자산 시장 규모와 관심도가 주목받고 있어서다. 다만, 금융당국의 높은 규제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 시장 안착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1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은 국내 거래소 오케이비트의 갱신 심사 서류 제출을 마쳤다. 크립토닷컴은 지난 2022년 오케이비트 지분 100%를 인수한 바 있다. 오케이비트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자격을 활용해 한국 진출을 본격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크립토닷컴은 내년 1분기 코인 거래소를 시작으로 원화 거래소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발표한 2025년 로드맵에는 내년 2분기 국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발행도 포함됐다. 단순 거래소를 넘어 결제 서비스 사업을 운영 중인 크립토닷컴이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기반 결제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는 것이다.
다만, 국내 시장 진출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금융당국이 불공정 거래 위험성 및 자금세탁방지(AML) 등 법적·제도적 요건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취하면서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은 결제금지 대상에 해당한다. 크립토닷컴이 2022년 3월부터 비씨카드와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도 2년 반째 구체적인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이유다.
원화 거래소 운영에는 더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국내 시중은행과 실명 계좌 제휴를 맺고 금융당국 검증을 통해 원화 거래소 자격을 얻어야 한다.
크립토 닷컴 관계자는 “국내 규제 당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당국의 규제를 완벽히 준수하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국내 진출 성공 사례는 아직 전무하다.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도 지난해 고팍스 지분 매입 후 사업자 변경 신고 절차에서 난항을 겪었다. 거래소 투빗 역시 지난해 8월 한국 진출을 발표했으나 1년 넘게 진전이 없는 상태다.
글로벌 가상자산 수탁사 비트고도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트고는 올해 초 하나은행과 합작 법인인 비트고 코리아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비트고 코리아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가상자산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쉽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 국내 진출은 외국 자본 유입과 함께 고용 창출 및 기술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며 “금융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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