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급전창구로 여겨지는 카드사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에서 낮은 신용점수로 평가되는 차주에게 책정된 이자가 고신용자보다 낮은 '금리 역전'이 발생하고 있다. 가계대출 옥죄기와 함께 다중채무자들이 카드사 대출 상품을 찾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 취급된 현금서비스에서 전업 카드사 8곳 모두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 카드론에서 역전이 확인된 곳은 2개사(삼성카드, 롯데카드)다.
금융사는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의 신용을 평가해 이자를 책정한다. 통상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대다수 회사에서 비교적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에게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신용점수 401~500점 차주에게 평균 19.48% 금리로 현금서비스를 제공했다. 301~400점 구간 차주에겐 19.46%, 300점 이하 차주에겐 19.26%가 적용됐다. 이는 501~600점 차주에게 적용된 금리(19.36%)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비씨카드는 신용점수 △401~500점 구간 19.61% △301~400점 18.92% △300점 이하 18.90%로 대출을 취급했다. 601~700점(18.98%), 501~600점(19.41%)보다 300점 이하 차주에게 책정된 금리가 낮은 모습이다. 다른 회사들도 현금서비스에서 일부 구간 금리 역전이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역전이 발생한 이유로 가계대출 옥죄기로 인한 풍선효과를 꼽는다. 시중은행 등에서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가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카드사 대출로 넘어오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경우 다중채무자는 비교적 신용점수가 높더라도 이미 실행된 대출이 있기에 높은 금리가 책정된다.
앞서 9월 금융위원회는 미래금리위험까지 고려해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시중은행은 대출 요건을 강화하고 한도를 축소하는 등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엔 카드·캐피탈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도 연간 가계대출 관리 계획을 요구하고 취급 실태 점검을 예고하면서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대출이 어려워진 차주가 한도를 증액하기 위해 대환대출을 실행하면, 2금융권 내에서도 다중채무자가 이동할 개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금융사별 신용평가에 따라 금리가 다시 책정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낮은 신용점수를 가진 차주에겐 실행된 대출이 적을 수 있어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대부분 카드사에서 금리 역전이 발생하고 있다”며 “다중채무자가 2금융권으로 넘어오는 것뿐 아니라 대환대출이 확대되고 있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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