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정보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 접근 격차 해소에 발벗고 나섰다.
ETRI는 충남대병원, 한국농아인협회, 이큐포올과 공동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양방향 의료 수어 서비스 키오스크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청각장애인의 병원 문턱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의료 분야는 가장 시급히 수어 통역 서비스가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의료기관마다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기에 한계가 있다. 또 의료진의 마스크 착용으로 청각장애인들이 입 모양과 표정을 볼 수 없어 의사소통이 더욱 어렵다.
ETRI의 의료 수어 서비스 키오스크는 병원에서 작성해야 하는 문진표를 수어로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청각장애인이 키오스크 속 아바타와 수어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키오스크는 건강검진 사전문진표 작성 시 한국어로 제공되는 정보를 아바타 수어로 해석해 준다. 또 청각장애인의 수어를 인식, 한국어로 변환하는 양방향 기능도 제공한다. 청각장애인의 수어 답변을 자동으로 분석해 한국어 텍스트로 변환, 문진표에 기재한다. 청각장애인이 의료진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를 더욱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연구진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농아인협회와 공동으로 청각장애인 대상 키오스크 서비스 이용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키오스크 기계는 농아인이 카메라 앞에서 수어를 할 때 손 모양이나 움직임을 인식해야 하고, 어떤 단어를 표현하는지 자동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상인식 기술, 인체관절 신호분석 기술, 한국어-수어간 양방향 변환기술 등이 적용됐다.
연구진은 그동안 기관이 보유한 방송미디어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수어방송, 수어통역 아바타 기술을 개발해 장애인 편의를 도와왔다. 이 기술을 원천으로 이번 수어통역 서비스 키오스크 개발이 가능했다.
연구진은 향후 이 기술을 시제품 형태로 고도화해 장애인에게 필요한 베리어프리 키오스크 업체나 비대면 예약시스템 기업 등에 기술이전을 추진,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이태진 ETRI 미디어연구본부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의료, 생활, 안전 등 필수적인 사회 정보는 누구나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따뜻한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원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료현장 양방향 수어 동시통역 서비스 기술 개발' 과제 일환으로 개발됐다. 충남대병원, 한국농아인협회, 이큐포올,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