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의 테크읽기]美·中 갈등-대선 변수, 한국차의 미래는?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올해 3분기 주요 자동차 기업 실적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중국 시장 변화에 따른 판도 재편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독일과 일본 완성차 영업이익 감소가 두드러졌다. 3분기 영업이익에서 폭스바겐 42%, BMW 61%, 벤츠 48%, 닛산 85%, 토요타 20%, 혼다 15% 감소를 기록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 시장 감소가 꼽힌다. 중국 자동차의 현지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많은 이익을 냈었던 독일과 일본 회사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독일과 중국의 디커플링, 미국과 중국 무역 분쟁으로 거리가 멀어진 중국과 독일의 관계는 최근 확정된 유럽연합(EU) 전기차 관세 이슈로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의 반도체 치킨 게임과 비교해 '독·중 전기차 치킨 게임'이라는 용어도 나온다. 10월 EU는 중국 전기차 관세를 최대 45.3%로 확정했다. 관세 확정을 막으려고 노력했던 중국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겨냥해 2.5리터 이상 대형엔진차량 관세 25%안을 검토 중이다. 벤츠, BMW, 아우디 등 유럽 대형 엔진차량을 연간 약 180억달러 정도 수입하던 중국 시장에서 독일 3사의 점유율 하락으로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7월 처음 중국 자동차 점유율이 50% 이상을 기록하면서 지속 상승해 올해 3분기에는 64%를 기록 중이다. 2024년 3월 비야디(BYD)의 최고경영자(CEO)는 3~5년 내 해외 자동차의 점유율이 10% 이내 하락한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경기 침체의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져 중국자동차딜러협회는 출혈 경쟁으로 올해 1~8월 누적 손실이 195억5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차·기아도 3분기 영업이익에서 3.4%의 감소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 감소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아, 올해 폭스바겐을 제치고 토요타에 이어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4월 삼성증권 보고서에서 예견한 폭스바겐과 토요타의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과 현대차·기아의 부상이 그대로 벌어지는 상황이다. 다만, 현대차·기아의 판매량 증가에 따른 부각보다는 경쟁사의 부진에 따른 이슈라는 점에서 앞으로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 대선 이후 변화는 또다른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 제한으로 배터리 업체와 자동차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관세 인상으로 인한 판매 어려움도 예상되고, 향후 멕시코가 혜택에서 제외되면 멕시코 진출 업체의 어려움도 언급되고 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의 제너럴모터스(GM) 협력은 대선 이후 시장 변화에 대응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어려움과 함께 중국에 대한 제재 강화로 인한 반사 이익 가능성도 제기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가능성이 낮지만 국내 업계에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CATL과 협력 중인 차세대 배터리에서 제재 예외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국내 배터리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료에 따른 대비도 지적된다. 독·중 디커플링 큰 이유였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면, 치킨 게임으로 치닫던 독일과 중국이 물밑협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벤츠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 분야 CATL, 비야디(BYD) 협력, 내년 CLA 클래스의 지리-르노 합작사 엔진 공급도 시사점이 크다.

국내에서는 시장 변화에 대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차세대 진화 키워드인 친환경-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에 대한 투자와 함께 동남아-중동-남미-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미래 기술에 대한 많은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신흥 시장 지원 정책을 시급히 요청하고 있다.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이 관련 시장 변화를 주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