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트럼프가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트럼프의 AI 산업 육성 공략에 따라 엔비디아, 테슬라를 비롯한 미국의 인공지능(AI) 산업 관련 주가는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총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연일 신저가를 갱신하여 '4만 전자'가 눈앞에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이미 미국에서는 2023년부터 AI 리스크관리 체계 및 대통령 행정명령이 공포되어 시행 중이며, 유럽의회도 2023년 AI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AI 기본법조차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등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미래는 이미 와 있으나, 균등하지 않게 와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법제는 리스크관리 체계를 통한 전반적 위험 관리를 추구하고 있고, EU의 법제는 고위험 AI 관리에 집중되어 있다고 평가된다.
미국과 EU와 법제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하냐는 관점보다는, '어떤 점이 필요'하냐는 관점이 우리에게 더욱 중요하다. 미국 법제의 실용성이나 EU 법제의 가치 지향성 모두 우리에게 필요하다.
한편, AI 산업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관련 규제를 다 규정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다만 AI 산업의 불가역성을 고려할 때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를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프로토피아를 살아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본법에서는 AI 규제와 관련된 대원칙 및 대표적인 고위험 AI '행위'에 대한 주요 판단 기준 정도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서는 AI 시대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본법이 대원칙 및 주요 판단 기준을 규정하였다면 시행령 등을 통해 여백을 채워가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는 생성형 AI의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능력'(Emergent ability)이 발생하는 이유와 어떤 종류의 능력이 발생할 것인지를 아직 알지 못한다.
이는 AI 법제가 선행적 규제의 형태보다는 법을 통한 가이드라인 제시와 시행령 등을 통한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 적합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AI 산업은 대표적인 글로벌 산업이다. 따라서 특정 형태를 고수하기보다는 본질은 지켜내되 글로벌 스탠다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이자, 르네상스의 상징 메디치 가문의 가훈인 '천천히 서둘러라'는 '신중히 결단하되 신속히 실천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초 레벨 3 자율주행 기술(HDP,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완성하여 2022년 말 상용화를 예고하였으나, 사고 발생 시 감당해야 하는 법적 문제로 이를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즉 법과 제도의 정비 없이 AI 산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해관계자들은 도전과 혁신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다만 방향성의 상실을 속도감으로 대체하려 해서는 안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AI 산업도 법과 제도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규제를 위한 규정 중심이 아닌 육성을 위한 원칙 중심의 AI 법제를 구축하여 국가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 minha-khm@naver.com
저자소개 :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는 인공지능(AI)·정보기술(IT)·지식재산(IP)·리스크관리(RM) 및 경영전략 전문 변호사이다. 법제처·한국법제연구원 자문위원, 교육부·전자신문 IT교육지원캠페인 자문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인력양성사업 자문위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인식개선사업 자문위원, 경상북도청 지식재산전략 자문위원, 안동시청 지식재산관리 자문위원,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해외투자 및 저작권사업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