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성폭력처벌법·성착취물 삭제법안, 북한 오물 풍선 살포로 인한 피해보상법, 희귀질환 환자의 경제적 부담 경감법 등 비쟁점 민생 법안 35건을 통과시켰다. 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감사 청구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정안도 여당의 거센 반발 속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여야는 14일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우선 이견이없는 민생 법안 35건을 우선 처리했다.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은 현행 아동 및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만 인정하던 신분 비공개·위장 수사를 성인으로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딥페이크 영상의 유통을 막기 위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명 '김호중 방지법'으로 불리는 경찰의 음주 측정을 방해할 목적으로 술을 더 마시는 경우 무조건 처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등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국가가 피해를 보상할 수 있게 한 민방위기본법 개정안도 가결됐다.
이 외에도 노후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절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 법률안)', 소방도 응급의료정보통신망을 통해 응급환자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도 통과됐다.
민생법안 처리에 이어 진행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요구안은 여당 발발 속에 가결됐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항의성 차원에서 본회의장을 잠시 이탈하기도 했다. 이날 반대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은 “벌써 5개월째 이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유례 없는 3일간의 청문회, 현장조사, 상임위의 탄핵 소추, 여기다 감사권까지, 말이 안 되는 입법 권력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의 방송과 통신정책을 책임지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그 어떤 자리보다 높은 공정성과 균형감각,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며 “이진숙 위원장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고, 문화예술인들을 좌파와 우파로 구분해서 낙인 찍었으며, 임명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공영방송 인사 선임안을 긴급 의결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본회의 가장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도 야당 주로도 가결됐다. 표결이 시작되자마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퇴장했다.국민의힘 의원들을 제외하고 배석한 191인 중 191인이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이번 세번째 특검법에서 수사범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과 명태균 관련 의혹으로 압축했다. 또 특검 후보 1차 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주고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비토권'도 함께 담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독점하겠다는 '눈속임'이라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날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의 특검법 수정안은) 최악의 졸속 입법이자 여당 분열을 획책하는 꼼수 악법”이라며 “특검법 수정안 제출로 민주당은 이 특검법이 정치 특검이라는 걸 자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주도 김여사 특검법이 가결되면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앞선 특검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이번에도 거부권 수순이 이어질 전망이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