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가지는 중요한 두 가지 특성에서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다. 바로 합의 형성(consensus building)의 부족과 큰 변화를 한 번에 이루려는 경향이다. 이는 다양한 정책 분야의 공통적 문제이지만 특히 교육 개혁에 있어 더욱 중요한 과제이다.
교육부는 국가의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뚜렷한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이해관계자 간 충분한 합의와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 개혁은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사회 변화를 요구하기에, 이해관계자들이 목표와 정책 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수적이다. 각자의 관점과 경험이 존중되고 반영될 때만 비로소 실효성 있는 정책이 탄생할 수 있다.
물론, 국가교육위원회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핀란드나 싱가포르처럼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여 일관된 교육 정책을 장기적으로 실행하며, 교사와 학부모 등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정책 형성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합의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개혁에 대해 논의할 때 종종 처음부터 대규모의 변화를 추구하고, 거대한 목표를 내세워 급격한 개혁을 시도하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정책의 실효성을 저하할 수 있다. 스탠퍼드 출신 경영학자 장 클로드 라레쉬 박사는 한국에서 애플이나 닌텐도 같은 혁신적인 기업을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로 '모멘텀 이팩트 (Momentum Effect)'의 부족을 지적한 바 있다.
애플은 차고에서 작은 컴퓨터로 출발해, iPod, iPhone, iPad 등을 선보이며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게 되었고, 현재는 애플 뮤직, 앱스토어와 같은 서비스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닌텐도 역시 카드 게임 회사로 시작해 패미컴과 NES를 통해 가정용 비디오 게임 시장을 개척하고, 슈퍼 마리오, 젤다의 전설, 포켓몬스터와 같은 게임 프랜차이즈로 성장하여, 오늘날의 닌텐도에 이르기까지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애플과 닌텐도의 경우, 작은 성공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더 큰 성취를 이루며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모멘텀 효과가 주는 교훈은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엔 작은 눈덩이로 시작해 굴리면서 점차 커다란 눈사람을 완성하듯, 개혁도 작은 성취를 쌓아가면서 점차 그 성과를 확장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 개혁 역시 이와 같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작은 성공과 성과를 쌓아가면서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공교육 강화를 목표로 한다면, 특정 지역에서 작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그 성과를 기반으로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작은 성공들이 쌓이면 참여자들에게 성취감을 주고 더 큰 목표를 향한 자신감을 키워주는 기반이 된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교육 개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두 요소는 합의 형성과 점진적 성취이다.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가 갖춰질 때, 그리고 큰 변화를 단번에 시도하기보다 작은 성취를 점진적으로 쌓아가며 일관된 방향을 유지할 때, 교육 개혁은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교육 개혁의 튼튼한 토양 위에서 미래 세대는 건강하고 믿음직하게 성장할 것이며, 그들이 이끌어 갈 대한민국은 무궁한 발전을 이루며 진정한 선진국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 taejun.han@ghent.ac.kr
◆한태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총장=인천글로벌캠퍼스 운영재단 이사, 대한환경위해성보건과학회 회장, 인천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