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4족 보행 로봇 라이보, 마라톤 풀코스 '도전'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라이보 2가 마라톤 주행을 하고 있다.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라이보 2가 마라톤 주행을 하고 있다.

모래사장 같은 험지에서도 민첩하게 보행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4족 보행 로봇 '라이보'가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다.

KAIST는 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새롭게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 2'가 17일 오전 9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리는 2024 상주곶감마라톤 풀코스(42.195㎞) 완주에 도전한다고 15일 밝혔다.

기존 사족보행 로봇 최장 주행거리가 20㎞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거리다.

연구진은 1회 충전으로 43㎞ 연속 보행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 교내 대운동장에서 저장된 GPS 경로를 따라 보행하는 식으로 4시간 40분에 걸쳐 완주에 성공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이번 마라톤 참여로 실제 도심 환경 속에서 보행 성능을 입증할 예정이다.

그동안 보행 로봇 주행거리는 대부분 실험실 내 통제된 환경에서 측정되거나 이론상 수치에 그쳐왔다. 이번 도전은 특히 실제 도심 환경에서 일반인과 함께 달리며 기록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족보행 로봇 실용화 가능성을 실환경에서 검증하는 첫 시도다.

사족보행 로봇은 얼음, 모래, 산악 지형 등 험지에서도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짧은 주행거리와 운용 시간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 구동기부터 기계적 메커니즘까지 모든 것을 자체 설계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동역학 시뮬레이터 '라이심(Raisim)'으로 강화학습 기반 효율적인 보행 제어 기술을 구현했다.

라이보 2의 교내 대운동장 43㎞ 주행(1회 충전) 데이터.
라이보 2의 교내 대운동장 43㎞ 주행(1회 충전) 데이터.

연구팀은 또 실제 야외 환경에서의 보행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보행 손실 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시뮬레이션에 반영하는 식으로 1년여 간 보행 효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지난 9월 '금산인삼축제 마라톤대회'에서 첫 도전을 했으나 37㎞ 지점에서 배터리 방전으로 완주에 실패했다.

연구진은 실제 마라톤 코스에서 다른 주자들과 어울려 달리다 보니 일정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잦은 가감속이 발생한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후 기술 보완에 주력, PC에서 수행하던 관절 강성 제어를 모터 구동기에 직접 구현해 제어 효율을 높였고 내부 구조를 개선해 배터리 용량도 33% 늘렸다. 이런 개선으로 직선 구간 기준 최대 67㎞ 주행이 가능해졌다.

이충인 공동 제1 저자(박사과정)는 “보행 손실을 기구, 전장, 보행 방법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이 보행 효율을 개선하는데 주요하게 작용했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사족보행 로봇의 운용 범위를 도시 범위로 확대하는데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 육성센터와 라이온 로보틱스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