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악의 불황을 맞이했다. 중국 내수 부진, 고환율, 방한 관광 패턴 변화 등이 맞물린 결과다. 신라·신세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임대료 부담에 고심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승자의 저주'가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빅4(롯데·신라·신세계·현대) 면세점은 나란히 3분기 누적 기준 적자를 기록했다. 4분기에도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4개 면세점 모두 연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빅4 면세점이 모두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경이 봉쇄된 지난 2020년이 유일하다.
중국 내수 부진으로 면세 시장 큰 손인 보따리상(다이궁), 단체관광객(유커) 매출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원달러 환율 1400원대가 넘는 고환율로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객단가가 높은 단체관광객이 아닌 개별관광객(FIT) 비중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신라·신세계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객 수가 늘어날수록 임대료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지난해 사업권을 각각 낙찰 받아 7월 인천공항에 입점했다. 신라·신세계가 전체 면세 구역 70% 이상을 차지하는 DF1~DF4를 나눠 가져 DF5만 확보한 현대면세점보다 부담이 크다.
임대료 부담은 올해 들어 점점 커지고 있다. 입점 초기에는 임시 매장을 운영해 매출에 비례해 임대료를 산정했기 때문이다. 여객 수에 비례해 산정하는 정식 매장 전환 비중이 높아지면서 납부할 임대료도 늘고 있다. 인천공항 4단계 확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정식 매장 전환이 모두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신라·신세계가 각각 부담할 임대료는 4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출국한 여객 수는 약 3529만명이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투찰 가격을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치에 적용하면 부담할 임대료는 각각 4064억원, 4068억원에 달한다.
여객 수요는 이미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인천공항 출국 여객 수는 2907만명으로 2019년 대비 98.8% 수준이다. 지난 10월의 경우 305만명을 기록해 오히려 2019년 동기 대비 5.4% 많았다.
늘어나는 여객 수가 매출로 직결되지 않고 있는 만큼 임대료 고민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변화된 영업 환경을 고려해 임대료 산정 방식을 재검토할 시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이달부터 임원들은 급여의 20%를 반납한다. 업계 비상 경영이 확산하면서 신라면세점 또한 고육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항에서 수천억원의 임대료를 부담하더라도 시내면세점 매출로 상쇄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인력 효율화, 재무구조 개선 등 자정적인 노력에 우선 힘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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