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판 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을 목표로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DSA는 온라인플랫폼서비스의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고, 정보 유통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유럽연합(EU)이 시행중인 법안이다. 온라인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실효성 높은 법안이 입안될지 주목된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국내외 통신규제 비교 연구' 정책 연구 과제를 진행 중이다.
방통위 정책 연구는 사실상 '한국판 DSA'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해외 통신규제 동향을 수집하며 DSA를 집중 연구해 국내 시장에 적용 가능한 대안 등을 도출하기 위한 목적이다. 앞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온라인플랫폼 토론회에서 방통위 관계자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안 초안을 마련해 곧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가 참고하려는 DSA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불법콘텐츠 대응' 의무와 '투명성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온라인플랫폼사업자가 혐오표현, 저작권 침해 등 불법 콘텐츠에 대해 정부 요청에 따라 삭제하도록 하고 알고리즘을 투명화하는 법률 근거를 마련한다. 플랫폼기업은 연 1회 자체적으로 불법 콘텐츠 예방과 이용자보호 활동, 알고리즘 투명 활용을 담은 자체 '투명성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또 일정 규모이상 기업을 초거대 온라인플랫폼(VLOP)으로 지정, 과실로 DSA를 위반하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할 경우 전년 매출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방통위는 이같은 DSA 법안 중 국내 실정에 맞는 규정을 선택해 국내 법체계에 적합하게 도입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플랫폼의 국민 생활·산업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을 제도화가 절실하다고 이용자와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구글 등 거대 온라인플랫폼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청소년 인터넷 중독을 유발하는 데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호주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와 같이 강한 규제는 아니더라도, 정부가 온라인플랫폼의 불법콘텐츠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미디어정책학회 등 미디어 3학회도 연합학술대회에서 국회 논의를 기다리지 말고 한국판DSA를 직접 제안하자고 결의했다.
현재 방통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로 불법콘텐츠를 규제한다. 정보통신망법은 통신사업자에게 청소년 유해콘텐츠 등 유통을 금지하고 글로벌기업에게 국내대리인을 지정하는 등 방식으로 유해콘텐츠를 막는다. 방통위가 한국판DSA를 추진할 경우 중복 요소 등을 조정하기 위해 기존 정보통신망법 부분 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통위는 연내 정책연구를 마치고 내년 업무보고에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률 제정 추진을 주요 사항으로 포함시킬 계획이다. 방통위가 추진하는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안의 윤곽이 드라날 전망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효과적인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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