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3자물류(3PL) 사업인 '로켓그로스' 수익화에 시동을 건다. 그동안 무료로 제공해 온 물류 서비스 일부 비용을 판매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충분한 판매자 풀을 확보한 만큼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내년 1월 6일부터 로켓그로스 판매자에게 변경된 물류 정책을 적용할 예정이다. 물류 정책 변경은 지난해 3월 사업 론칭 이후 처음이다.
로켓그로스는 쿠팡 오픈마켓 셀러에게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3PL 사업이다. 쿠팡풀필먼트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보관·재고 관리, 포장, 배송, 반품 등 물류 과정을 쿠팡이 일괄 대행한다.
쿠팡은 무료였던 반품 회수·재입고 비용을 앞으로 판매자에게 부과할 방침이다. 판매자는 쿠팡 귀책을 제외한 반품·교환 시 물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무료였던 반출비도 건당 300원이 부과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업계에서 반품이 20개 미만인 판매자가 60% 수준”이라며 “고질적인 악성 반품을 걸러내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입출고·배송 비용은 상품 크기·무게에 따라 6단계로 세분화된다. 상품이 무겁고 커질 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 특대형 상품(20㎏ 초과)은 건 당 배송비가 3300원에서 9500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전체 상품의 80%를 차지하는 극소형 상품(2㎏ 이하) 상품은 2350원에서 2200원으로 줄어든다.
상품 보관비 무료 프로모션 기간도 절반으로 줄인다. 지금까지는 매 입고 시 60일 간 무료 보관을 제공했지만 내년 4월부터 30일로 줄인다. 악세서리·의류·신발 카테고리는 45일까지 무료 프로모션이 적용된다.
다만 쿠팡은 개편된 물류비 체계 연착륙을 위해 최대 2년까지 할인 프로모션을 적용할 방침이다. 반품 회수는 무기한, 재입고·반출은 오는 2026년 1월까지 월 20개 무료로 제공한다. 입출고·배송 비용은 오는 2027년 1월까지 약 35~40% 가량 인하한다.
이번 정책 변경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쿠팡은 지난해 첫 연간 흑자 달성과 함께 수익성 제고에 신경 쓰고 있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e커머스(C커머스) 저가 경쟁에 대응하면서 비용 부담 또한 줄지 않고 있다.
실적에서도 이 같은 양상이 드러난다.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2년 1.52%에서 2023년 1.41%, 올해 3분기에는 1.38%로 더 낮아졌다. 그간 감내해온 무료 정책을 통해 판매자를 최대한 끌어모은 만큼 수익화 시기에 도달했다는 판단이다. 업계 최대 물류망과 소비층을 확보한 만큼 판매자 이탈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다 많은 마켓플레이스 판매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비용 체계를 오는 1월 변경할 예정”이라며 “물류 배송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수요에 맞춰 세분화하고, 다양한 무료 및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해 판매자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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