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강달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은행권이 외화자산 방어에 총력을 기울인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외화자산 관리를 강화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대 전후를 오가며 건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 유출과 함께 은행 건전성을 점검하는 핵심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다.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최근 외화자산 유출입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대규모 외화 인출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외화예금에 혜택을 주는 상품도 속속 등장 중이다. SC제일은행은 이 달부터 초이스외화보통예금(미 달러화) 가입 고객에게 최고 연 4.0% 특별금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 역시 이달 들어 외화 수신상품에 금리 우대를 적용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환은행 거주자외화예금은 전월 대비 51억달러 줄어든 989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다섯 달 만에 감소세로 감소 규모는 올해 1월(-57억8000만달러) 이후 가장 크다.
달러화예금과 유로화, 위안화, 엔화 예금이 모두 줄었다. 달러화 예금은 827억4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31억달러 감소했다. 한은은 “환율 상승에 따라 수출입기업 예비용 자금 수요가 줄어들고 현물환 매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달러예금도 이달 5일 치러진 미국 대선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이달 8일 기준 628억6700만달러다. 10월 말(606억9900만달러)과 비교해 8일 만에 21억6800만달러(3.6%) 늘었다. 하지만 일부 조사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는 10월 말 대비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과 국제정세에 따라 은행 외화자산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환차손 리스크도 커지는 모습이다.
강달러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표 공약인 관세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당분간 달러 강세를 지지할 공산이 높다”면서 “집권 1기 경험과 더불어 레드스윕이 현실화되고 있어 관세 등 공약이 조기에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이 달러화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지난 주 한국에 대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강달러는 이번 달 28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환율 안정화를 위해 '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린다.
금감원은 오는 20일 은행권 외화유동성 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한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이 자리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은행별 외화 대응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역시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자금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시장 일별 모니터링을 강화해 진행 중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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