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에서 인공지능(AI) 행정 관련 사업 예산을 약 40% 삭감했다.
지난 4월 '인공지능을 접목한 행정혁신! AI 가장 잘 활용하는 도시 서울'을 기치로 'AI 행정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3년간 2064억 투입 계획을 밝혔지만 다른 투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는 분석이다.
18일 서울시 각 부서가 2025년도에 신청한 AI 사업 관련 총 예산은 약 545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시가 저출생 문제, 건강 관리, 안전 대응과 같은 우선 과제 해결에 비중을 두면서 실제 예산안에 반영된 금액은 약 332억원으로 약 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삭감된 사업은 119 종합상황실의 AI 고도화 사업과 120다산콜센터의 AI 시스템 구축 사업 등이다. 이들 사업은 AI를 활용한 효율적 공공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2단계 사업 추진 등 고도화가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는 올해 4월 AI 대중화 시대를 맞아 AI를 활용한 행정 혁신을 통해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AI 도시를 조성해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AI를 활용한 공공서비스 확대와 AI 이용환경 조성을 동시에 추진하고 인공지능행정팀을 신설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전문성 확보를 위해 서울디지털재단을 AI 전문기관(가칭 AI 기술지원센터)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AI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조직 확대에 실패하면서 연내 설립을 하지 못했고, 기존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디지털 포용 환경 개선 사업에만 주력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3년만에 예산 총액이 감소한 예산안으로 운영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꼭 필요한 분야에만 적극 재정투자를 하되 미래세대의 부담을 늘리지 않는 건전 재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디지털 전환 및 AI 활용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AI 관련 사업 규모가 일반적 디지털 전환 사업보다 크고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점이 재정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예산 삭감이 공공의 AI 활용에 대한 일종의 '숨고르기'라고 분석했다. 공공에서 첨단 기술을 직접 적용하는 것은 정부의 긴축 재정 방침에서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점도 주효했다는 것이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AI가 글로벌 트렌드가 되면서 기업과 공공에서 많은 테스트를 거치고 있지만 아직 효과가 불명확한 면이 있다”며 “공공에서는 시민과의 공감대 형성, 민관 협력 등을 통한 테스트베드 등을 통한 AI 활용에 대한 경쟁력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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