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⑨오연천 울산대 총장 “16개 융합학부로 혁신 추진…지·산·학 일체형 협력 모델 강화”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지·산·학 일체형 협력 구축에 중점을 두고 글로컬대학 사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사진=울산대)
오연천 울산대 총장은 지·산·학 일체형 협력 구축에 중점을 두고 글로컬대학 사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사진=울산대)

지난해 처음 선정한 글로컬대학30 대학 10곳 중 사립대는 3곳에 불과했다. 국립대와 통합모델이 약진한 가운데에서 울산대는 지역 사립대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산은 글로컬대학을 통해 글로벌 도시이자 교육 도시로의 도약을 기대한다. 교육뿐 아니라 연구, 인재 양성까지 맡은 울산대의 어깨가 무겁다.

글로컬대학의 무게를 짊어진 오연천 총장은 지난해 울산대에서 3연임에 성공했다. 세 번째 총장직을 맡았지만 글로컬대학 선정 이후 1년간은 언론 대응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커다란 틀 안에서 크고 작은 이행 과제를 진행하면서 글로컬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지개를 켜겠다는 것이 오 총장의 생각이다. 울산대가 그리는 글로컬대학의 청사진을 오 총장에게 물었다.

-울산대는 지난해 선정한 글로컬대학 중 3곳의 사립대 안에 들었다. 중점을 둔 부분은.

▲미래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 양성과 지·산·학 일체형 협력 구축에 중점을 두고 글로컬대학 사업을 준비했다. 대표적으로 융합학부 체제의 학사 구조 개편, 지자체 및 지역산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에 주력했다.

사립대 중 울산대가 선정된 것은 큰 영광이지만,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울산대는 사립대이지만 중앙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설립했다는 특수성이 있다. 50여년간 울산 유일의 종합대로 지역사회와 국가에 공적 역할을 해왔다. 이번 글로컬대학 선정도 그 역사와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사립대도 지역과 국가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울산대의 목표다.

-사업 선정 이후 가장 먼저 추진한 혁신은.

▲첫 번째 혁신은 학사 구조 개편이다. 기존 10개 단과대학과 51개 학부 체제에서 6개 단과대학과 16개 융합학부로 축소했다. 학과 간 경계를 허물고 자유로운 전공 선택과 모듈형 교육과정을 제공했다. 단순히 단과대학을 통합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한 교육 트랙을 도입했다. 현장 전문가 초빙을 통해 실무 중심 교육도 강화했다.

-울산대 글로컬대학의 차별점 혹은 강점은.

▲울산대의 강점은 지·산·학 일체형 협력 모델이라는 점이다. 울산시와 주요 기업이 대학의 운영과 발전에 깊이 관여한다.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ELTE) 등 해외 명문대로부터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고 UNIST와 함께 울산 산업 대전환을 견인할 미래 신산업 분야 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지역 산업 고도화에 이바지할 인재를 양성한다.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울산의 주력 산업과 울산대는 긴밀하게 협력해 맞춤형 교육과 공동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학뿐만 아니라 지역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UNIST와는 차세대이차전지융합대학원, 탄소중립기술융합대학원, 의과학대학원 등 3개의 공동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래 신산업 대학원을 설립해 신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한다.

-울산대의 대내·외 벽허물기는.

▲학과 간 장벽을 허물어 융합학부와 자유전공 트랙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지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학생의 현장 실습 기회를 확대하고 다양한 산학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자리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정원을 조정할 수 있는 '가변정원제'도 도입한다. 혁신적 교원 인사제도를 도입해 현장 전문가를 교수로 채용하고, 교원을 산업체에 파견한다. 'UbiCam' 구축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는 교육이 가능한 스마트 캠퍼스를 운영한다.

이를 위해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위한 여러 차례의 간담회와 공청회를 개최했다. 교직원 및 학생과도 투명한 의사소통을 통해 학사 구조 개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협력을 끌어냈다.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해 앞으로 계속 혁신을 추진해나갈 것이다.

-지·산·학 일체형 대학의 구체적인 모델은.

▲지·산·학 일체형 대학은 울산의 산업, 지자체, 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모델이다. 대학이 산업체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지자체는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과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UNIST와 공동으로 미래 신산업 분야 대학원을 설립해 기술 인력을 육성하는 것도 이 전략의 일부다. 울산은 자동차, 조선 등 중공업이 발달한 도시다. 산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도화가 필요하다. 울산대는 산업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려 한다. 이 속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것이다.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울산대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을 함께 추진한다. 글로벌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한 내부 혁신을 이루고, 울산 산업을 고도화해 변화의 중심에 서겠다. 이와 함께 글로컬대학 프로젝트 예산을 통해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구축한다.

[에듀플러스]글로컬대학을 찾아서⑨오연천 울산대 총장 “16개 융합학부로 혁신 추진…지·산·학 일체형 협력 모델 강화”

-인공지능(AI) 대전환이 예고된다. 울산대의 준비 현황은.

▲울산대는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에 선정돼 AI와 IT 융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DX) 센터를 신설해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 AI 교육과정을 강화해 미래 산업의 핵심 인재를 양성한다.

-인재의 수도권 유출이 심각하다. 유학생을 포함한 지역 정주 방안은.

▲학생이 졸업 후 지역에 정학할 수 있도록 인턴십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 기업과 협력해 학생들이 현장 경험과 네트워킹을 통해 취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외국인 학생들이 졸업 후 울산지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지역산업체와 긴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학생들에게 관련 산업에서 요구하는 실무 기술을 교육하고, 인턴십 기회를 제공해 실질적인 작업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 전문가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해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 더욱 효과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울산대는 외국인 학생들이 자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도 노력하고 있다. 울산지역 소재 기업들이 해외 곳곳에 진출해있지만, 만성적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한국 비즈니스 문화와 업무 방식을 교육하겠다.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일할 수 있는 필요한 지식과 기술 습득을 돕겠다.

-대학의 어려움이 많다. 이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울산대는 융합형 교육을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자체 수익 창출 모델을 개발해 재정 자립을 강화한다. 지산학 협력기금을 조성해 안정적인 재정 운영을 이루고, 다양한 정부재정지원 사업을 유치해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글로컬대학 사업이 끝난 후에도 지속 가능한 교육과 연구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수익 창출 모델도 개발 중이다.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정 자립도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정부 재정지원을 통한 선순환 구조는.

▲대학의 지속 가능한 자립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여러 전략을 마련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지역산업육성기금'이다. 기금 1000억원을 조성해 지역 산업과 학문 발전을 지원하려 한다. 이 기금은 지역 산업에 필요한 연구개발 활동과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대학은 산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울산 지역경제 및 산업 요구에 맞춘 교육·연구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지역 내 스타트업과 기업의 성장을 지원해 산업의 다각화와 혁신을 촉진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기금 조성과 자체 수익 창출 모델을 통해 글로컬대학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울산대가 지역사회와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

-내년이면 또 다른 대학이 글로컬대학에 도전한다. 대학이 준비해야 할 부분은.

▲글로컬대학의 본질은 지역과 글로벌 역량의 융합이다. 지역 기업, 기관,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특성화된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몇 개의 핵심 분야에 집중해 지역과 글로벌 시장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복합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AI, 디지털 전환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교과과정과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곧 시행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로 글로컬대학은 지역과 대학 간 연계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계획은.

▲RISE 체계 도입과 함께 울산대는 지역사회와 연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산업 대전환을 선도하며, 울산을 글로벌 교육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협력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산학협력재단'을 설립한다. 교육만 잘하는 대학이 아니라 지역사회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대학으로 완전히 탈바꿈 할 것이다. 글로컬대학은 단기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고 대학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역과 긴밀히 협력해 지역의 발전과 함께하는 선도적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

오연천 총장은 서울대에서 정치학사를, 뉴욕대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1983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해 행정대학원장을 거쳐 2010년 서울대 총장을 지냈다. 2015년 울산대 총장에 처음 취임한 뒤 2018년 연임했다. 지난해 2월 또 다시 총장으로 선임되면서 울산대 최초 3연임을 확정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