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익시스템이 국내 장비 산업 발전전략으로 '혁신 기술 선(先) 제안 시스템'을 제시했다. 필요 기술들을 고객사 요구가 있기 전보다 먼저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익시스템은 일본이 장악한 첨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기를 국산화하는 동시에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김종진 선익시스템 연구개발부문 상무는 19일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테크페어 2024'에서 “기존에는 수직 계열화에 따라 패널 제조사가 지정한 개발 방향에 따라 장비를 개발했지만, 앞으로는 세트(완제품)와 패널 제조사 수요를 예측, 선제적으로 장비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 장비를 제조하려면 자체적인 개발 방향을 수립하고 최종 고객사에 제안하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에는 패널 제조사가 개발 방향을 결정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나 새로 생긴 기업들이 공급망 진입이 쉽지 않았다.
선익시스템이 올해 중국 업체의 정보기술(IT)용 OLED 생산라인에 8세대 하프컷 증착장비 2대를 수주하며 일본 기업의 독점 구조를 깬 것도 미리 기술을 확보하고 수주 뒤 고객 요구에 최적화하는 전략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증착기는 반도체 노광기처럼 고도화된 기술이 집약된 장비로, 기존에는 증착기 분야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일본 캐논토키의 장비를 선점하는 것이 패널사와 최종 고객사의 공급망 운영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선익시스템은 고객사 요구에 앞서 기술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왔고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선익시스템은 OLED 증착기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이다. 증착은 빛을 내는 유기물을 유리에 입히는 과정으로 OLED 핵심 공정으로 손꼽힌다. 기존에 6세대 증착기는 캐논토키가 독점 공급해왔는데, 8세대 증착기는 경쟁 구도를 만들어냈다.
김 상무는 “패널이나 완제품 업체가 메인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전후 공정단 장비사들로서는 정보가 부족해서 선제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정보 보안이 중요하다는 점은 알지만, 최소한 표준사양을 수립하거나 일반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장비사들이 선제적으로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