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디지털자산 지갑 '클립'이 4년 반 만에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완전히 독립한다. 접근성 대신 서비스 고도화를 선택한 클립이 독자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그라운드엑스는 내달 16일부터 카카오톡 '더보기' 메뉴에서 클립 서비스를 제외하고 독립 애플리케이션(앱)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라운드엑스 관계자는 “클립 사용 경험을 앱으로 통합하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카카오톡 내에서는 기술적으로 제공할 수 없었던 다양한 기능을 도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더보기' 메뉴 내 기술 환경 제약으로 새로운 기능 구현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접근성보다는 사용자 경험 통합과 개발 효율화를 통해 앱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라운드엑스는 일찍부터 앱 독립을 준비해왔다. 카카오톡 내 탑재 서비스로 시작한 클립은 2년 만에 독립 앱을 출시했는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었다. 지난 7월부터는 카카오톡 내 기능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며 별도 앱으로 사용자를 유도해왔다.
2020년 6월 출시된 클립은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엑스가 개발한 가상자산 지갑 서비스다. 가상자산 보관 및 전송 기능, NFT(대체불가토큰) 보관 및 거래 기능을 주요 서비스로 제공해왔다. 출시 초기부터 카카오톡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2023년 1월 기준 사용자 200만 명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NFT 시장 장기 침체로 운영사 그라운드엑스 사업 전반이 위축된 상황이다. 2021년 829억원, 2022년 1114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342억원으로 급감했다. 2022년에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사업을 싱가포르 법인 크러스트로 이관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인력 이탈이 이어지며 조직 규모도 크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 그라운드엑스는 NFT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며, 최근에는 NFT 소유자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클립 패스'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클립 패스는 NFT로 발행되는 '패스' 소유 인증을 통해 참여 자격이 확인된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커뮤니티 서비스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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