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규모를 더하는 컴퓨팅 파워로도 감당할 수 없는 난제 해법이 바로 '양자컴퓨팅'이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수 백년은 걸릴 연산을 순식간에 처리, 다방면 활용도가 막대하다.
그리고 이런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방승찬)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넓은 영역의 연구, 이에 따른 세계적인 성과로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양자컴퓨팅은 양자얽힘과 같은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 계산을 수행하는 컴퓨팅이다. 그리고 실제 이를 이루려면 다양한 요소가 결부돼야 한다.
광자, 초전도체 등을 활용해 양자컴퓨팅 디바이스를 이루고 이에 맞춰 운용체계(OS)와 같은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SW) 성과도 필요하다. 양자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연구하는 사용자 환경 측면 접근도 함께 이뤄야 한다.
그리고 ETRI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한국연구재단 후원으로 이들 모든 부분 연구개발(R&D)에 힘써, 성과들을 내놓고 있다.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요소 기술들을 모두 다룬다. 국내에서는 이런 전 영역 연구가 드물다.
당연히 성과도 전 영역을 아울러 나온다. 2020년에는 양자 알고리즘 구동 전과정을 모델링해, 특정 양자 알고리즘 구동시 요구되는 자원을 분석한 바 있다. 2022년에는 타 기관과 힘을 합쳐 '양자내성암호'를 공략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성능 수준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 세계 이목을 끌었다.
세계 최초로 '분할 정복 전략'을 활용, 비교적 소규모 양자컴퓨터로도 양자내성암호를 공략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얼마 뒤에는 알고리즘 계산에 필요한 양자샘플 구성부터 알고리즘 계산까지 전 과정을 최적화했다. 이런 연구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큐비트와 같은 양자컴퓨팅 하드웨어(HW) 기술을 확보해도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 연구는 전 과정을 '결함허용' 관점에서 최적화한 것도 이목을 끌었다. 큐비트는 주변 환경에 민감하고 작은 오류로도 문제가 생기는데, 결함허용 기술이 이를 막는다. 이는 ETRI 양자컴퓨팅연구의 강점 영역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이 밖에 사용자 데이터를 양자컴퓨팅에 적용하기 위해 '양자화'하고, 또 이를 활용한 결과값을 다시 거시세계의 것으로 되돌리는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당연히 굵직한 HW 성과도 내놓고 있다. 광자와 초전도체 기반 연구를 병행하는데, 올해 광집적회로 8큐비트급 양자얽힘 상태를 고신뢰도(85%) 구현하는 데 성공해 다시 이름을 알렸다.
초전도체의 경우 세계적으로 큐비트 규모가 많이 커졌지만, 광집적회로 기반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신뢰도 역시 아직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만큼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향후 당면과제는 기존 세계적인 성과들을 더욱 고도화하는 것이다. 광집적회로의 집적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초전도체 큐비트의 경우 제어 수준을 20큐비트(신뢰도 95% 이상)까지 높이고자 한다. 알고리즘은 실생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
황용수 양자컴퓨팅연구실장은 “이미 세계 수준의 성과들을 내놓고 있고,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이를 더욱 배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룬 핵심 부품, 알고리즘이 향후 양자컴퓨팅 분야에 널리 쓰여 10년 뒤에는 누구나 ETRI 이름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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