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적자 해명에도…환경개선비 연간 1000억 미달 논란

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회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회원들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풍이 올 3분기 적자 전환 배경으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환경 개선 비용 투입을 꼽았지만 환경 개선 투자 금액이 크게 하회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영풍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567억원 △영업손실 17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공장 가동률은 3분기 말 기준으로 53.4%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풍은 지난 2021년부터 약 7000억원 규모의 환경 개선 혁신 계획을 수립해 매년 1000억원 이상씩 환경 개선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 개선 혁신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수치상으로는 실적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풍의 사업보고서 내 '환경 개선 분야 충당부채 변화에선 지난 2021년부터 환경 개선 사업에 매년 1000억원 이상씩 투자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환경 개선 투자와 관련해 충당부채로 처리한 비용은 667억이다. 영풍이 발표한 1000억원는 차이를 보인다. 충당부채는 손익을 계산할 때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지만, 최초 사용 계획과 달리 사용하지 않으면 수익으로 반영된다.

영풍은 지난 2020년에 처음으로 토지 정화와 석포제련소 주변의 하천 복구를 위해 총 608억원의 충당부채를 설정했다. 2020년 이후 설정된 환경 개선 분야 충당부채는 총 3305억원으로, 연평균 약 661억원 규모에 그친다.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포제련소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8개월간 처리한 제련 잔재물의 비중은 전체 잔재물의 23.7%에 불과하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잔재물 처리 속도가 너무 느려, 내년 말까지 잔재물을 전부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말 환경부는 석포제련소에 통합환경허가를 내주면서 2025년 말까지 제련 잔재물을 모두 처리할 것을 요구했는데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석포제련소는 이달 초 대구지방환경청 수시 점검 때 황산가스 감지기를 끄고 조업을 한 사실이 적발돼 60일 조업 정지에 이어 '10일 조업 정지'를 추가로 받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편 영풍은 환경 개선 투자비용이 저조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영풍은 “영풍은 매년 충당금으로 설정한 비용 외에도 투자 및 비용, 운영비 등을 통해 약 1000억원을 환경개선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 금액은 투자는 재무상태표, 비용 및 운영비는 포괄손익계산서에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만 해도 충당금 사용 450억원, 충당금 미설정 비용 145억원, 투자비용(자산화) 402억 원 등 약 997억원을 환경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이 마저도 매년 무방류시스템 가동에 드는 운영비 약 100억원은 제외한 금액으로, 환경개선에 1000억원 이상 투입한 것”이라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