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127큐비트 규모 IBM 양자컴퓨터가 가동에 들어갔다.
연세대학교는 20일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IBM 퀀텀 시스템 원' 양자컴퓨터 기동식을 갖고 정식 가동을 알렸다.
앞서 IBM과 연세대는 지난 2021년에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10월부터 127큐비트 IBM 퀀텀 이글 프로세서로 구동되는 IBM 퀀텀 시스템 원 양자컴퓨터를 시범 운영해왔다.
연세대에 따르면, 127큐비트는 2의 127제곱승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성능이다. 이는 우주에 있는 별의 수보다 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연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비트(bit)로 데이터를 처리한다면, 큐비트는 양자중첩 현상으로 0과 1을 동시에 처리한다.
양자컴퓨터는 100큐비트가 넘어야 슈퍼컴퓨터 성능을 완전히 뛰어넘고, 실질적인 상용화가 가능하다. 127큐비트 양자컴퓨터가 국내 산업계, 연구 현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된 가장 발전된 양자컴퓨터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제작한 20큐비트 모델이다. 2026년까지 50큐비트 규모 양자컴퓨터 개발이 목표지만 세계적 수준과 격차가 크다.
미국을 100점으로 기준하면 한국 양자컴퓨터 기술력은 2.3점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127큐비트 양자컴퓨터 도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활용한다는 의미다.
한국은 IBM 퀀텀 시스템 원 가동으로 미국, 독일, 일본,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대규모 양자컴퓨터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국내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시에 기업 혁신 기반도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 대학, 기관들은 클라우드를 통해 전국 어디에서나 127큐비트 양자컴퓨팅을 이용할 수 있다.
연세대는 IBM 양자컴퓨터를 바이오 분야에 특화해 활용할 계획이다.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은 “최근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았지만 가격이 46억원에 이른다”면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처럼 가장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오 분야에 우선적으로 특화했다”고 덧붙였다.
연세대는 산학협력과 연구 개발을 총괄하는 양자산업단지를 건설 중이다. 이를 중심으로 인천은 바이오국가첨단전략 산업특화단지와 연계해 양자·바이오 융합 첨단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IBM은 양자컴퓨터의 한계로 지적되는 연산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차세대 양자컴퓨터를 오는 2029년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표창희 IBM 상무는 “IBM은 예상되는 에러 문제를 상쇄할 수 있는 연산으로 에러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