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가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 등이 산업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정부에 긴밀한 대응을 당부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일 서울에서 반도체·조선업계와 연이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엔비디아 등 미국 설계기업의 제품이 대만 등 해외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 공급망 구조를 고려할 때, 관세는 미국 기업·산업에도 부담”이라고 진단하며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 등을 미국 신정부에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 투자 여건 변화 등을 우려하며 한·미 정부 간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우리 기업이 대미 투자·수출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반도체 업계가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해외 반도체 기업에 정부 지원으로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하는 대신 수입 관세를 인상해 현지 생산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드러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제정한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반도체 법을 비판하고 반도체에 대한 관세부과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이런 지원금 없이도 해외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안 장관은 “미국은 주요 반도체 시장으로 우리 기업의 핵심 투자처인 만큼, 미국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미국 신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불확실성 우려를 해소하겠다”면서 “양국이 반도체 동맹으로서 상호보완적인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조선업계는 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비롯한 한·미 간 조선분야 협력이 구체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한·미 협력을 위해서는 미 국내법 규제 완화, 인력양성, 안정적 일감 확보 등이 필요한바, 우리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조선산업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7일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양국 간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어, 우리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안 장관은 “조선산업은 자동차, 반도체 등 한미 양국이 활발히 협력해 온 다른 분야와 달리 새롭게 개척되는 분야”라면서 “양국의 법령, 규제 등 산업환경이 다른 만큼 더 빠르고 더 치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K-조선 신시장 개척이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 업계도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미국 대선 이후, 업종별 릴레이 간담회를 열고 신정부 출범 이후, 세계 경제·산업 환경변화가 우리 주력산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산업별 구체적인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릴레이 업계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를 분석하고, 업계가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산업부-반도체·조선업 간담회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