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광역자치단체 창업거점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출범 10년을 맞았다. 창업 생태계 저변 확대를 넘어 창업기업 육성·투자·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총망라한 '벤처빌더'로 새로운 미래를 그린다.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예산·제도·조직 기반도 마련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1일 대구 북구 중앙컨벤션센터에서 창경센터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지역창업전담기관인 창경센터는 2014년 9월 대구에서 처음 탄생했다. 전체 창경센터는 지난해 5370개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상장을 비롯한 회수 성공기업은 누적 56개 업체에 달한다.
중기부는 이날 '더 깊이있게, 더 넓게, 지역에 더 가깝게'라는 발전 로드맵을 제시했다. 초기창업 지원에 집중하다보니 공공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AC) 역할이 다소 미흡했고, 센터별 프로그램 운영으로 창업유관기관과 창경센터끼리 불필요하게 경쟁했다는 판단에서다.
중기부는 우선 내년 비수도권 센터를 대상으로 예비·초기·도약 창업패키지 통합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운영기관은 지역 스타트업군 성장단계를 고려해 비중을 설정,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각 센터가 협력한 글로벌 진출사업, 투자설명회, 유망기업 공유 등으로 시너지 효과도 창출한다.
공공투자 기능도 확대한다. 모태펀드 운용사(LP) 선정에 창경센터가 민간 투자사와 경쟁했던 기존과 달리, 초기 스타트업 대상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SAFE 투자는 선제 투자 후 후속투자에서 결정한 기업가치로 지분율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은 빠른 자금조달이 가능하지만, 민간 투자사는 예측 가능성이 낮아 꺼리는 측면이 있었다. 기업,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지방시대 벤처펀드 내에 SAFE 전용 유형을 만든다.
벤처·스타트업과 8개 대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에 기술검증(PoC), 연구개발(R&D), 보증 등을 종합 지원하는 딥테크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년 시행한다. 사내벤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투자기업에 창경센터 입주공간을 제공해 협업을 촉진한다.
창경센터가 지역 창업생태계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창업패키지 사업 주관기관을 맡으려면 매년 최소 9000만원의 대응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창경센터 자본금은 1000만원에 불과해 부담이다. 센터별 투자 역량 차이가 크고, 한국엔젤투자협회가 7년간 운영하던 프리팁스를 창경센터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연속성도 유지해야 한다. 실무자들은 예산을 지원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운영 방향성이 달라 혼선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중기부는 내년 창경센터 국비 예산 중 사업출연금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지역창업 전담기관으로서 법적 근거와 표준 지침을 마련해 센터 위상도 높인다. 성과 중심 조직개편으로 창업·투자·오픈이노베이션 등 3개 기능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지난 10년간 창경센터는 척박했던 지역 창업생태계를 파트너 대기업, 지자체, 관계기관 등과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서 “양극화된 지역 창업생태계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 대표 벤처빌더로서 스타트업에게 가장 친밀한 기관이자 도움을 주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해달라”고 당부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