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대한민국 대학의 홀로서기

김경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AI전문대학원장)
김경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AI전문대학원장)

바야흐로 입시의 계절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이 가장 관심이 많이 갖고 지켜 보는 것은 '대학입시'와 '대통령선거'라는 통계도 있다. 이제 수학능력시험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학입시가 시작된 것이다.

해방 이후로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대학입시가 변해 왔다. 즉 대학입학 예비고사, 대학입학 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국가에서 주도하는 표준화된 시험이 계속 실시되고 있고, 국가에서는 소위 3불정책이라고 명명된,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대학별고사는 절대로 금지한다는 국가적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이러한 정책을 포함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방법도 세세한 것까지 국가에서 정해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오랜 기간동안 대학의 등록금을 동결시켜서 대학의 재정이 피폐해지고, 대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국가의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가지고 대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종합적으로는 대한민국 정부는 대학의 입학정원과 재정지원이라는 두 가지의 강력한 무기를 활용하여 대학을 통제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가 대학을 믿지 못하고 모든 면에서 규제와 통제를 하는 현재 대학의 모습은 90년대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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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대학을 옥죄이고 있는 것은 2009년도에 대학등록금을 동결한 조치이다. 이 정책이 처음으로 시행된 2009년 대한민국의 1인당 GNP는 19,231달러였으나, 2024년 현재는 일본과 대만을 뛰어넘은 36,190달러에 달한다.

즉 대한민국은 이제 중진국을 넘어서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으며, 노벨상을 받은 나라이기도 하고, 이미 K-Pop등을 통하여 문화적으로도 선진국으로 대접받고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국가는 대학을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정책을 계속 실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속도로 발전하는 AI시대에 들어섰는데도 모든 대학들은 교육부의 규제와 통제에 묶여 제대로 운신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므로 이제는 대학의 여건과 역량에 따라서,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든, 필기시험을 치르던, 추천서만을 가지고 학생을 뽑든 간에, 대학에 학생 선발을 맡겨야 할 때가 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까지 교육부의 정책보다 더 훌륭한 방법으로 학생을 모집하고 교육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학의 사례가 나올 것을 확신한다.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의 대학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이 많이 있다고 확신한다. 약간의 시행착오는 있을 것이며, 국가가 우려하는 파행적인 행태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실수도 발전 과정의 일부이며, 그것까지 포용하는 국가의 정책이 아쉬운 것이 현실이다. 국가 및 대학의 형편이 어렵고,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나던 과거에 수립했던 정책을 이제는 과감히 바꿀 때가 되었다.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대학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더 이상의 전근대적인 규제는 획기적으로 없애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은 “학생선발의 방법”과 “재정문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김경성 원장=서울교대 총장,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장,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위원장을 역임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학사, 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박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