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기본법이 21일 국회 첫 문턱인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유럽연합처럼 '금지 AI' 범위에 대한 규정은 빠지고, 고영향 AI에 대한 사업자 책임은 일부 부과했다. 여야가 AI 기본법의 핵심 쟁점에 합의를 이룬만큼, 연내 제정 가능성이 커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진행된 법안소위에서 여야 의원이 발의한 AI관련 법안 19건을 병합 심사해 통과시켰다.
AI기본법은 크게 산업 진흥과 신뢰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로 나뉜다. 앞서 발의된 19건 중 절반 이상이 진흥과 규제를 모두 아울렀다.
이날 법안소위에서 통과시킨 AI기본법은 진흥과 책무를 동시에 고려했다는 평가다. 정부가 AI 진흥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AI 데이터센터(AI DC), 투자 활성화, 지역균형발전 지원, 벤처 지원등을 할수 있도록 근거를 담은 것은 업계에서 환영할만한 내용이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규제에 초점을 뒀다.
특히 업계의 관심이 컸던 '금지 AI'에 대한 규정은 제외됐다. 다만 위험기반 규제를 도입해 '고영향 AI'에 대한 사업자 책임은 신설했다. 이해민 의원이 제시한 '고영향 AI'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과 안전, 기본권의 보호, 국가안보 및 공공복리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를 일컫는다.
업계는 고영향 AI와 관련해 개념과 정의를 명확하게 해 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법안에서는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가 고영향AI에 해당하는지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확인·요청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국내 AI기업 관계자는 “규제가 발전을 저해할 경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국내 기업도 경쟁력 갖출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하고 운영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과방위 법안소위에서는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과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안이 병합됐는데, 새로운 제도 도입과 관련해선 김현 의원안 쪽에 무게가 실렸다.
여당 안 중 '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 원칙은 폐지 됐다. 공통안으로 제조사의 장려금 관련 자료제출 의무 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하도록 했다. 야당이 제시한 선택약정할인 25% 유지를 위한 이동통신3사에 대한 유보신고제 도입, 방송통신위원회로 규제권한 명확화 등 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신설된다.
이동통신사들은 AI 사업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단통법 폐지로 인해 과거와 같은 치열한 지원금 경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간헐적인 스팟 지원금 향상 경쟁 등은 예전에 비해서는 빈번하게 발생, 마케팅비용 확대에 영향을 주게 될지 주목된다.
이 외에 국민의힘 고동진·김장겸 의원과 민주당 박민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포용법안'도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