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가 주목하는 핵융합 실증로의 핵심 부품 조달을 마쳤다. 이는 관련 기술 글로벌 주도권을 갖추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는 우리나라가 담당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품인 진공용기 섹터 제작·조달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우리가 설계부터 제작, 품질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 기술을 확보해 이룬 것이다. ITER 진공용기는 초고온 플라즈마 발생·유지를 위한 고진공 환경 구현 핵심 설비다. 총 9개 섹터로 구성돼 있으며 우리나라는 4개 섹터 제작을 맡았다. 각각 섹터는 높이 13.8m, 무게 약 400톤으로 전체 9개 섹터는 무게가 5000톤에 달하는 초대형 구조물이다.
진공용기 각 섹터는 4개 조각으로 나눠 제작되는데, 60㎜ 두께 특수 스테인레스강의 총 1.6㎞ 이상을 용접해야 한다. 내벽 부품들을 오차 없이 조립하려면 수 밀리미터(㎜) 이하 공차를 유지해야 한다. 고난도 성형·용접 기술이 요구된다.
더욱이 각 섹터 제작시 500여개 주요 문서, 1만 개 이상 제작 공정이 필요하고, 모든 과정은 ITER 국제기구 및 프랑스 원자력 규제기관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진공용기는 ITER 구성 부품 중 가장 높은 제작 난이도, 긴 제작 기간을 요구하는 품목으로 평가된다.
당초 우리나라는 2개 진공용기 섹터 제작을 담당했으나 나머지 7개를 담당하던 유럽연합(EU) 제작이 지연되면서 2016년 2개를 추가 담당하게 됐다. 그 결과, 국내 기업은 총 1200억원 상당 해외 수주 성과를 창출했으며, 우리나라의 우수한 진공용기 제작 기술력을 국제 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도 됐다.
2020년에는 과기정통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국내 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첫 번째 진공용기 섹터를 적기 조달해 ITER가 본격적인 주장치 조립 단계를 시작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2021년과 2022년, 이번에 3차례 진공용기 섹터를 성공적으로 조달 완료했다. 제작 기한 준수로 기술 신뢰도를 확보했다.
이 외에도 그동안 과기정통부 및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지원 아래 국내 산업체들이 ITER 초전도도체, 열차폐체, 조립장비 등 핵심 부품 조달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왔다.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앞당기는데 기여함과 동시에 글로벌 기술 주도권 확보의 기반을 마련했다.
ITER 국제기구는 이번 우리나라의 진공용기 마지막 섹터 조달 등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지난 21일 프랑스 카다라쉬 현지에서 열었다.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 등 7개 회원국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ITER 건설의 중요한 성과를 기념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차관은 “ITER 사업 참여를 통해 확보한 핵융합로 핵심 기술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다가올 핵융합 실증로 건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 7월 22일 수립한 '핵융합에너지 실현 가속화 전략'을 차질없이 수행해 핵융합에너지 실현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산업육성 등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