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소액투자자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거래 모바일 플랫폼 시장이 전문투자자만을 위한 시장으로 저변이 좁아질 전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 일반투자자는 비바리퍼블리카, 무신사 등 일부 종목의 비상장 주식 거래 시세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시세 확인은 물론 매수까지 막혔다. 기존 주주마저도 전문투자자가 아닌 경우 추가 매수가 제한된다. 다음달 27일부터는 두나무 등 우량 비상장 기업 다수 거래가 추가로 제한될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로 지정한 비상장 주식거래 모바일 플랫폼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금융위는 지난 9월 관련 법령 정비 기간을 6개월 연장하면서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전문주식에 한해서는 전문투자자와 이에 준하는 자만 거래할 수 있도록 추가로 규제를 강화했다.
기존 주식을 보유했던 일반투자자는 보유수량 이내에서만 조회와 매도가 가능하다. 추가 매수나 보유하지 않은 주식에 대해서는 조회는 물론 매수·매도가 모두 불가능해졌다.
비상장 주식거래와 관련해 보다 강화된 규제는 향후 법령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강화된 규제에 준하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상의 비상장주식 매매 주문 접수와 전달업무에 대한 영위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시각은 엇갈린다. 소수 거래만으로도 기업가치에 지나친 영향을 준다는게 전문투자자의 시각이다. 실제 컬리 주식의 경우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지난 14일 3.57%가 빠진 가격에 거래됐다. 사흘 전 9800원에 팔리던 주식이 9450원으로 팔렸다. 이 과정에서 361주가 오갔다. 하지만 정작 예탁결제원에서 추정할 수 있는 대체거래 주식량은 단 1주에 불과했다. 장외거래가 일부 시세조정 세력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배경에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컬리야 워낙에 개인투자자에게 풀린 장외주식이 많고 당장에 회수가 쉽지 않다고는 해도 과거 투자 유치 당시의 기업가치와는 지나치게 괴리가 크다”면서 “불명확한 정보를 토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세가 형성되는 사례가 잦고 이는 결국 추가 투자유치나 회수 과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벤처캐피털 등 전문투자자만의 리그가 형성된다는게 주된 불만이다. 최근 이어지는 공모주 부진은 투자자의 불만에 더욱 불을 지피는 분위기다.
제도화되지 않은 장외시장이 여전히 활발히 돌아간다는 점도 문제다. 38커뮤니케이션, 피스톡 등 사설 장외시장 거래 정보 사이트의 주당 거래가액은 이미 합병 및 유상증자 등 증권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참고 지표로 쓰이고 있다. 정작 모바일 플랫폼의 거래 정보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향후 모바일 플랫폼에서 특정 종목의 거래가 제한될 경우 투자자의 수요가 자연스레 제도화되지 않은 장외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여러 기관에서 K-OTC프로나 지금처럼 기관투자자간 구주 거래망을 만들어 비상장 시장을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모두 큰 효과가 없었다”면서 “이번 조치 역시 순기능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 조성된 시장을 무너뜨리는 역기능만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