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강원특별자치도와 함께 '대학발 창업'을 주제로 지난 11월 4일부터 8일까지 닷새간 춘천, 원주, 강릉 등 3개 권역에서 창업주간행사를 가졌다. 지역 대학, 지원기관, 창업자, 투자사 등 도내 39개 창업기관이 모였으며 콘퍼런스와 우수기업 콘테스트, 아이디어 피칭대회, 창업투자 IR과 네트워킹 행사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인구유출 및 감소, 폐업 증가, 지역산업 붕괴 등 소멸위기에 처한 각 지방정부는 창업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기술, 혁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성장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양질 일자리를 창출하는 벤처·스타트업은 지속가능한 지방시대를 여는 핵심 열쇠다.
그러나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소비시장 다변화, 코로나 이후 사회인식 변화 및 디지털 대전환, 비대면화 등은 이전과 다른 창업환경을 요구하고 있어 지역의 창업정책에도 근본적인 쇄신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보편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지역특성과 미래분석을 통해 미래 대비 투자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창업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 등의 투자 대상은 명확해야 한다. 무분별한 지원은 창업의 질 저하→부실창업자 양성→낮은수준의 경쟁심화→폐업 증가 등의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필요한 투자를 줄여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전략분야에 가용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신규창업에 의존하고 있는 창업자 발굴시스템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방이전 또는 U턴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산학연관 협업으로 지역맞춤형 창업자를 양성해 나가는 한편 기존 기업 중 한계기업 등의 사업전환을 적극 지원해 미래형 산업군으로 재편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특산자원을 활용한 로컬브랜딩으로 전국 경쟁력을 갖추고 동반성장 마인드로 지역사회 기여도가 높은 로컬크리에이터를 기업형 소상공인으로 육성하고 지역창업 엑셀러레이터로 활용하는 등 민간주도 창업활성화도 추진해야 한다.
셋째, 창업지원 허브 구축이 필요하다. 신산업을 일으키려면 선행조사·연구가 필요하며 연구성과 공유 및 기술이전, 유망창업자 발굴·교육, 창업공간 제공, 지역브랜딩 및 협업지원, 공동연구시설·장비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종합공간이 필요하다. 기획단계부터 이러한 기능을 갖는 창업지원 전용단지를 조성해 지역 전략산업 전초기지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인력수급 정책의 혁신이다. 기업의 창업과 성장에 관련한 모든 문제는 결국 인력문제로 귀결되는데 지속적 인구감소로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특히 청년층의 대도시 유출로 중앙-지방간 인력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인력정책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청년 중심의 지원정책을 중장년까지 확대하고 대도시 등에서 은퇴한 고학력, 고급기술자의 지방 U턴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도입쿼터도 대폭 확대돼야 한다. 인구감소는 세계적인 추세로 외국인력 도입은 이미 국가 생존전략이다. 머지않아 양질의 외국인력 확보 역량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다섯째, 창업 관련 제도혁신이다. 지역 전략산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최우선 지원, 지방이전 또는 U턴기업에 대한 창업에 준하는 지원, 가업승계, 사업전환 등 간접창업에 대한 지원 확대, 인력정책 개편 등에 필요한 법·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법률-조례간 불일치 문제 해결을 통해 이행력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내 창업관련 기관의 연대와 협력이다. 대학, 창업보육센터, 공공연구기관,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창업지원 기관이 역할, 기능을 정비해 상호 연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지방 간 합의를 통해 기관별 사업의 일정부분을 지방 전략사업에 할당하고 지방정부 주도로 자율추진토록 지원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추진 중인 레전드 50+ 사업모델이 좋은 예다.
창업은 산업의 새로운 성장점을 만드는 작업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시장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대기업보다 혁신적이고 유연한 벤처·스타트업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창업생태계 구축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과제이며 그 시작은 지역창업 활성화다. 지역 내 다양한 창업 주체가 모여 지역 창업생태계가 직면한 문제를 고민하고 미래 나아갈 방향과 과제를 구체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원창업주간 행사가 그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이왕재 강원지방벤처기업청장 jaefr@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