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AI' 테마株 신사업 공시 기업 30%, 실제 사업은 전무

이차전지 또는 인공지능(AI) 등 주요 신사업으로 개시한다고 공시한 상장사 10개사 가운데 3개사 이상에서 1년이 넘도록 사업 추진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열악한 재무환경에도 불구하고 유행하는 테마업종을 미끼로 투자자를 끌어들인 뒤 주가 급등 이후에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고,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등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5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정관에 신사업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삭제·변경했거나 기재부실이 심각했던 32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반기보고서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점검 대상 절반이 넘는 179개사에서 최소 1개 이상 기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사업 추진경과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작성 기준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기존 사업과는 무관하게 최근 유행하는 테마에 따라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지난해 주가가 급등했던 이차전지 분야에서 신규 사업 목적을 추가한 기업은 56개사로 전체의 31.8%에 달했다. 이 밖에도 신재생에너지(41개사), AI(28개사), 로봇(21개사), 가상화폐·NFT(19개사), 메타버스(9개사), 코로나(2개사)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7개 테마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정관에 추가한 상장사 86개사 가운데 실제 추진 현황이 존재하는 회사는 59개사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조직·인력 구성이나 연구개발 내역 등, 제품·서비스 개발 진행상황 등 관련 사항을 공시한 경우다. 신사업에서 실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한 사례는 단 8건에 그쳤다.

사업 추진현황이 존재하지 않는 27개 기업은 대부분 재무·경영 안정성과 내부통제 등에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된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27개 기업 가운데 13개 기업에서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행했고 7개사는 자본잠식에 빠져있었다. 열악한 재무상황으로 신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데도 테마 공시를 통해 투자자를 유도한 셈이다.

또 27개사 가운데 13개사에서는 최대주주가 빈번하게 변경됐고 9개사는 횡령·배임,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11개사는 공시 지연으로 인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되기도 했다.

금감원에서는 관련 내역에 대한 반기보고서 기재 부실이 심각한 53개사를 중점 점검 대상으로 선정해 사업보고서 등을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신사업 공시 미추진 기업이 자금조달에 나설 경우 과거 발표한 신사업 진행 실적과 향후 계획을 정확히 공시하도록 중점 심사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사업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하더라도 이를 실제로 추진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신사업 추진 사실만으로 급격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의사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7개 테마업종 연도별·시장별 사업목적 추가 현황 - 자료:금융감독원
7개 테마업종 연도별·시장별 사업목적 추가 현황 - 자료:금융감독원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