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료기기로 지정받은 인공지능(AI) 의료기기가 1년 새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의정갈등 여파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신규 지정보다는 기존 제품 판매에 집중하는 경향이 반영된 탓으로 분석된다. 비급여 상한선, 환자동의 등 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요소가 개선되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25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올해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은 AI 진단보조 솔루션은 총 8개로 지난해 14개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혁신의료기기는 기존 의료기기나 치료법에 비해 안전성·유효성이 현저히 개선됐거나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기기를 선별해 식약처가 지정한다. AI 의료기기, 전자약, 디지털 치료제, 로봇수술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지정되면 인허가 특례, 정부지원사업 참여 우대 등 혜택이 있다.
병원에 AI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환자 정보를 분석해 질병 진단을 지원하는 AI 영상판독·진단지원 솔루션 시장 역시 개화했다. 지난해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품목은 총 31개로, 이중 AI 의료기기는 절반에 가까운 14개에 달했다. 직전년도 4개인 것을 고려할 때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실적을 넘어 20~30개 품목이 지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병원의 적극적인 도입 의지와 함께 연구개발(R&D)단계를 넘어 상업화를 앞둔 제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2월 코어라인소프트·모니터코퍼레이션을 시작으로 3월 도터, 5월 아이도트·SK㈜·타이로스코프, 6월 코어라인소프트, 11월 프로메디우스까지 8개 AI 영상분석·진단지원 솔루션만 지정받았다.
지정 건수가 급감한 것은 전반적인 시장 침체 영향이 크다. 올해 2월 의정갈등이 시작되면서 대형병원 경영이 악화됐다. 이는 의료AI 업계 영업·판매에 직격탄이 됐다. 의료AI 업계는 신규 지정보다 기존 제품 판매에 집중하며 숨 고르기에 나섰다. 특히 10여개 의료AI 업체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연이어 상장 시도를 하면서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국내를 넘어 미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곳도 늘어난 영향도 있다.
혁신의료기기 제도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올해 지정 품목 감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는 혁신의료기기 지정제도가 비급여 상한선 명시, 환자 동의 등 오히려 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요인이 있다고 비판해왔다. 지난해 많은 업체가 지정받았지만로 시장 안착에 도움이 크지 않다고 판단, 신의료기술평가 등 다른 진입 제도를 검토하는 업체도 다수다.
한 의료AI 업체 대표는 “혁신의료기기 지정 제도는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제품임에도 환자가 모두 부담하는 비급여 수가에 상한선을 두고, AI 의료기기 사용을 위해 환자 동의를 2번이나 받는 등 제약이 많다”면서 “지난해 많은 혁신의료기기 지정 사례가 나왔지만 기업들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