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C업계 “'질병유사항목' 정의 애매, 항목 확대 둔화”…복지부 “청소년 용역 연말 나와”

유전자 검사
유전자 검사

보건복지부가 소비자대상직접시행(DTC) 유전자검사 제도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항목 확대 증가율은 전년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유사항목'을 신설했지만 정확한 '정의'와 '가이드라인'이 없어 업계가 움직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26일 복지부와 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DTC 유전자검사 항목을 2022년 12월 70개에서 2023년 6월 101개, 2023년 12월 165개로 대폭 늘렸다. 하지만 올해는 3월 181개, 6월 190개, 9월 193개에 그쳤다. 증가 항목이 전년 대비 대폭 줄어 30개가 채 안된다.

복지부는 이미 질병을 제외한 항목이 늘만큼 늘었단 입장이다. 다만 유방암·대장암·간암 등 주요 질병과 치매·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을 DTC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이런 항목을 파악하려면 병원을 방문해 의사 판단하에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질병'과 '질병유사항목' 차이다. 복지부는 지난 7월 건강관리와 관련된 질병유사항목을 신설하고 의사 처방 하에 시행하는 질병 진단 외에 콜레스테롤, 혈압, 혈당, 알레르기 등 질병유사항목은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암과 같은 주요 질병이 아니더라도 고혈압, 관절통 등을 항목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를 두고 정부와 업계 모두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질병유사항목 기준이 무엇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예를 들어 관절염은 질병이지만, 관절통은 질병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때문에 업계는 질병유사항목이 열렸음에도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신청을 못하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암·치매·파킨슨병 등 모든 질병 유전자 검사가 DTC로 가능한데 국내는 막혀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촌극이다. 수요가 가장 많은 질병 진단 영역은 제외하고, 소비자 지불가치가 낮은 항목만 조금씩 열어서는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진단 시약 가격은 계속 올라 원가 비용부담으로 사업을 접는 기업도 늘었다.

유전자 업체 대표는 “질병과 질병유사항목의 차이점이 애매하기 때문에 질병유사항목 정의를 두고 의사들끼리도 의견이 다르다”면서 “DTC는 자신의 유전자를 알고 건강관리하려는 국민을 위한 것인데, 질병 유전자를 알려면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국내에서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전자 업체 대표는 “항목을 늘리지 않고 기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일 년에 한 번씩 매년 DTC 유전자검사역량을 정부에서 인증받아야 한다. 사업권 인증부터 검사비용, 택배비, 마케팅 등 운영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면서 “수익이 낮은데 이를 유지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접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 규제를 풀기 위해 청소년 나이 제한과 관련된 용역 결과를 연말이나 내년 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청소년 대상 DTC 검사 절차 간소화 연구용역을 하반기 진행했고, 결과는 연말 나온다. 현재 18세 이하 청소년은 DTC 검사가 어려운데, 용역 결과에 따라 청소년 나이 규제와 항목이 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