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이 속속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 후반대로 낮춰잡고 있는 가운데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할 경제전망 수정치에 대한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장률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시장에서는 '깜짝 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기부양과 금융안정의 딜레마 속에서 한은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경제계 및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28일 있을 한은의 경제전망치 발표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됐지만 대부분 전문가가 동결을 예상하면서다. 그 대신 한은의 내년도 경제전망에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 상의 우선순위가 드러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관건은 한은의 눈높이가 얼마나 더 낮춰질지 여부다. 이미 국내외 주요금융기관은 물론 글로벌 IB는 연이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낮춰잡고 있다. 산업연구원(2.1%), 한국개발연구원(2.0%), 한국금융연구원(2.0%) 등 국내 경제연구소가 내년 성장률 전망을 2%대로 내놓고 있는 반면 글로벌 IB는 속속 2%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골드만삭스가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1.8%로 종전 대비 0.4%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관세 정책이 내년도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내년 1월 20일 취임 때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취임 전부터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당초 경제전망에 조건부로 반영됐던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내년 1월부터 당장 현실화되는 셈이다. 28일 발표할 경제전망에도 이런 요소들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트럼프 관련 리스크가 반영되면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2.0%를 하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금통위) 회의 결과와 별개로 2025년도 주요 전망치들은 대부분 하향 조정될 것이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떨어질 경우 금리 하방 압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장 다수가 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는 만큼 '깜짝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금리 인하를 결정한 당시의 환율이 1300원 중반이던 반면 최근 원화는 1400원 안팎에서 등락하는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이후 예정된 다음 금통위는 내년 1월 16일로 트럼프 당선인 취임 직전인 만큼 지금보다 결코 외환시장이 좋아진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이 동결을 결정하더라도 내년 1월에는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시각이 대다수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3개월 이후 금리인하 가이던스에 대한 금통위원의 견해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