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에이전틱 AI의 급부상과 우리의 과제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며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최근에는 '에이전틱(Agentic) AI' 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생성형(Generative) AI 시대를 넘어 에이전틱 AI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전틱 AI는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율적인 AI 시스템을 의미하며 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스턴스가 AI 에이전트다. 기존의 AI는 특정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사람의 명령이나 데이터 입력이 필요했으나, AI 에이전트는 다양한 환경과 상황을 스스로 분석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성 명령이나 간단한 입력만으로 원하는 상품을 주문하거나, 복잡한 은행 업무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으며,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행정 업무를 간편하게 완료할 수 있는 등 일상생활 전반의 혁신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기업 업무에 있어서도 마치 팀장 한 명이 마치 여러 팀원에게 작업을 분배하고, 그 동안 본인은 보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듯이 AI 에이전트를 활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가트너는 이미 2025년 주요 기술 트렌드로 에이전틱 AI를 선정하고, 2028년까지 일상 업무의 15%가 자율형 AI에 의해 처리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포럼 벤처스는 '2024:기업에서 에이전트 AI의 부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48%가 이미 에이전트 AI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픈AI, 엔트로픽, SK텔레콤 등 국내외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에이전틱 AI의 상용화를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오픈AI는 2025년 초에 '오퍼레이터'라는 코드명의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출시할 계획이며, 엔트로픽은 이미 웹 서핑, 호텔 예약, 자료 조사, 문서 작성 등에 AI가 스스로 컴퓨터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컴퓨터 유즈'를 공개한 바 있다. MS는 최근 이그나이트 행사에서 기업 환경에서의 생산성 향상과 사용자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는 AI 에이전트를 선보일 것임을 밝혔다. 또, SK텔레콤은 최근 AI 에이전트 '에스터(Aster)'를 공개하며 글로벌 AI 서비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와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나아가 새로운 경제 환경의 도래를 예측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에이전틱 AI 시대의 도래에 대응해 우리가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

◇에이전틱 AI는 디지털 종합 경쟁력의 바로미터

에이전틱 AI의 근간에는 여러 가지 핵심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그러한 이유로 에이전틱 AI는 디지털 신기술의 집합체로써 한 국가의 디지털 기술 경쟁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먼저, 거대언어모델(LLM)은 여전히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나아가 멀티에이전트 시스템은 서로 다른 에이전트들이 협력해 복잡한 목표를 달성하게 하며, 이들 중 메타에이전트는 이러한 여러 에이전트를 전략적으로 조율해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은 AI 에이전트의 식별자 위조를 방지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에이전트 간의 자율적인 계약 및 거래를 가능하게 하며, 에이전트의 활동 기록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메타버스 기술은 에이전틱 AI와 결합하여 AI 에이전트가 가상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며 인간과의 사실적이고도 감성적인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것이다. 온디바이스 AI는 개인정보보호와 개인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각종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통해 물리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계해 오감 정보를 처리하는 지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한편, 이러한 핵심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합해 서비스화하는 플랫폼 기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오픈AI와 MS 등은 자사의 공고한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기술과 기존 서비스를 결합한 플랫폼과 에이전트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문기업들이 독특한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쉽게 등록하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기술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방형 플랫폼은 AI 에이전트의 상호운용성을 보장하고, 사용자 신뢰를 구축함과 동시에 중개 역할과 창의적인 협업을 촉진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형성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선제적 대비와 국제적 협력 필요

에이전틱 AI의 발전은 원대한 산업적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전성과 윤리성에 대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 차원에서 몇가지 선제적 대비가 필수적이다. 첫째, AI 에이전트의 식별 체계를 구축해 각 에이전트의 신원을 확실하게 인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잘못된 의도를 가진 AI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보안과 윤리성 인증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AI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생길 수 있는 오작동, 데이터 오남용, 편향된 결과 등을 방지함으로써 인간에게 물리적, 심리적, 경제적 피해를 주는 것을 예방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오픈AI의 스웜(Swarm)과 같은 AI 에이전트 간의 대화 표준과 협업 기술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표준이 없으면 서로 다른 AI 시스템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시장의 파편화를 초래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기술 표준을 통합하고, 국제적인 협의체 설립을 통해 에이전트 AI 시장형성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T시론]에이전틱 AI의 급부상과 우리의 과제

◇에이전틱 AI! 선도할 것인가, 종속될 것인가?

최근 에이전틱 AI의 업계 동향을 보면 AI의 선두에 서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앞서 나가는 형국이다. 이러한 흐름은 마치 과거 MS에 우리나라 정보산업이 종속됐던 상황이 반복될 것 같은 우려를 낳기도 한다. 바야흐로 에이전틱 AI라는 글로벌 신산업의 물결 속에서 다시 한 번 종속될 것인가 아니면 선도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최근 KISTEP에서 발표한 '2024년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글로벌 AI 지수는 세계 6위로 나타났다. 1위는 미국(100점), 2위는 중국(53점), 3위는 싱가포르(32.22점)이며, 그 뒤를 영국과 프랑스가 잇고 있다. 우리나라는 27.26점으로 6위를 기록했지만, 3위부터는 서로의 격차가 크지 않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AI G3 진입이 가시권에 있는 셈이다. 고지를 목전에 둔 이 시점에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차세대 AI 기술인 에이전틱 AI의 주도권 확보에 몰입함으로써 머지않아 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두현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doohyun@konkuk.ac.kr

〈필자〉 KAIST 전산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ETRI에서 책임연구원 근무 후, 2004년부터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위 ICT융합전문위 위원장, 한국정보과학회 학회장, 건국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래창조과학부 민간전문가(CP)를 역임하며 딥뷰, PaaS-TA, SW스타랩 등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분야 국가 R&D 프로젝트를 기획 론칭한 바 있다. 현재 신SW상품대상 선정위원장, AI.디지털인재얼라이언스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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