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자율주행, 전기차, 스마트시티 등 석유 이후 첨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동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국가는 첨단 산업 육성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상황이다. 양국 모두 AI·자율주행·전기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상황은 대략 AI와 자율주행에서는 UAE가 앞서가고, 전기차와 스마트시티에서는 사우디가 앞서가는 양상이다.
지난달 초 사우디는 '프로젝트 트랜센던스(Project Transcendence)'를 통해 AI 산업 육성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초월을 뜻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UAE와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향후 구글이 관련 AI 프로젝트 핵심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사우디 AI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네이버(소버린 AI), 리벨리온(AI 프로세서), 페블스퀘어(뉴로모픽 AI 프로세서) 등 투자계약과 함께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트랜센던스를 통해 우리나라의 AI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UAE에서는 국영 테크기업 G42가 AI 생태계를 이끌고있다. 사우디 프로젝트 트랜센던스가 UAE의 G42를 벤치마킹했다고 알려질만큼, G42의 AI 생태계 조성은 이미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상태다. G42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미국 압박으로 올초 중국과 모든 협력을 중단했다. 이후 4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G42에 약 2조원의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 엔비디아 이후를 노리는 AI 추론 프로세서 업체인 세레브라스와 협력이 부각되기도 했다.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세레브라스는 G42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G42는 세레브라스 프로세서를 이용한 데이터센터 구축도 진행 중이며, 세레브라스 매출 87%를 차지하고 있다. CB인사이츠는 10월 보고서를 통해 최근 1년간 GDP 대비 벤처 투자에서 UAE가 1위를 차지했고, G42가 관련 투자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분야에도 많은 발전이 진행되고 있다. UAE G42 산하 바야낫AI는 7월 자율주행 파트너로 한국 오토노머스에이투지를 선정했다. 7월 코엑스에서 열린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AME2024)에서 합작사 설립 협약식을 체결, 빠르면 연내 합작법인 A2D 설립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UAE 자율주행 서비스인 텍사이(TXAI)에 자율주행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면서, 우리나라 관련 생태계 해외 진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사우디의 전기차 생태계 구축이 주목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반조립공장 설립 노력과 함께 사우디의 전기차 업체 시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어 협력에는 우리나라에서 현대케피코, 현대트랜시스를 비롯해 모베이스, 신영 등 기업이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많은 업체가관련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중동 전문가는 미중 무역갈등 상황을 국내 업체가 잘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주고 있다. 첨단 산업의 육성에서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중동 상황과 첨단 기술 강국인 우리나라 상황이 잘 맞을 수 있다. 동시에 첨단 기술 파트너로서 우리나라 연구개발(R&D) 투자 강화도 요청된다. 최근 산업은행은 넥스트100포럼을 통해 미래 기술에 3년간 100조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시장과 우리나라 미래 기술이 융합되면서 좋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