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각형 배터리 투자 임박…“서산 공장 설비 발주 채비”

SK온 서산공장 전경 (SK온 제공)
SK온 서산공장 전경 (SK온 제공)

SK온이 각형 배터리 설비 투자에 착수했다. SK온이 각형 배터리를 만드는 건 처음으로, 완성차 업체 공급이 확정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서산 2공장에 각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하고 장비 입찰을 진행했다. 국내 복수 장비사와 일부 중국 장비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이달 중 정식 구매주문서(PO)가 나올 예정이다.

SK온은 그동안 파우치형 배터리만 생산해왔다. 파우치형은 과자 봉지처럼 알루미늄 필름 안에 양극과 음극을 담아 포장한 형태의 배터리다.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게 단점이다.

SK온이 각형 배터리를 만드는 건 최근 완성차 업계 수요가 높아져서다. 각형 배터리는 직육면체 형태 알루미늄 케이스 안에 양극과 음극을 넣어 포장한 제품이다. 가스 배출이 용이하고 외부 충격에 강해 안전성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는 2공장에 구축된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설비 일부를 개조하고 추가 투자하는 방식으로 각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다만 투자 효율화를 위해 라인 규모를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기존 장비를 최대한 활용해 투자 비용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장비사 선정을 마치고 공급 단가를 조율하는 단계”라면서 “신규 발주한 각형 배터리 생산 설비를 2공장에 배치하고 기존 2공장에 있던 일부 설비는 3공장으로 이동시키는 재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SK온의 각형 배터리 공급에 쏠린다.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만큼 완성차 공급이 임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SK온 각형 배터리는 중국 지리그룹 전기차 공급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리그룹은 산하에 지리자동차, 볼보, 폴스타, 로터스 등 10여 개 브랜드를 두고 있는 회사다.

SK와 지리그룹은 지난 6월 전략적 사업 협력을 맺은 바 있다. SK온은 지리그룹 산하 브랜드 폴스타가 내년 생산 예정인 '폴스타5'에 배터리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SK온이 최종 수주에 성공하고 각형 배터리 시장에 본격 진입한다면 내년 말부터 양산 체계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의 참전으로 각형 배터리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각형 배터리는 국내 삼성SDI와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주로 만들어왔다. 노스볼트 등 주요 신생 배터리 제조사가 각형 폼팩터를 채택하고, 그동안 파우치형 배터리만 생산하던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각형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