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우리 기업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아바타가 수어방송을 진행한다.
AI 기반 수어 솔루션 전문 기업 이큐포올은 미국 최대 방송 그룹사 중 하나인 싱클레어 미디어그룹과 미국 재난 상황 시 수어방송 송출을 위한 협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싱클레어는 폭스방송, NBC, CBS, ABC 등 미국 전역에 193개 TV 방송국을 보유한 거대 미디어 그룹이다.
이큐포올은 AI와 거대언어모델(LLM)을 이용한 수어번역 서비스를 개발했다. 웹 페이지에서 문장을 선택하면 이에 대한 설명을 아바타 수어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해 제공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싱클레어가 이큐포올과 기술 협업을 결정한 것은 미국 내 정책 변화 때문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19년 재난방송 시 14개 마이너 언어를 지원해야한다고 발표했다. 이 마이너 언어 가운데 수어가 포함됐다.
문제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 상황에 대비해 수어 통역사를 24시간 대기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인간 수어사를 통한 장시간 수어 방송도 어렵다. 이 부분을 고민하던 싱클레어는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장비 전시회에서 이큐포올 기술을 접한 후 먼저 협력을 제안했다.
이큐포올과 싱클레어는 TV뿐만 아니라 차량 내에서도 AI 아바타 수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구현에 협업한다. 우선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싱클레어가 보유한 미 동부지역 방송사 한 곳에서 실증 서비스를 진행한다. 추후 보완 등을 거쳐 미국 내 다른 지역 방송국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양사 기술이 구현되면 재난 상황 발생 시 언제든 AI 아바타가 투입돼 수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은 한 밤중이나 차량서 이동 중에도 AI 아바타 수어를 통해 상황을 인지하고 위험으로부터 대비할 수 있다.
이번 협업은 국내 AI 기술이 인정받아 미국 거대 방송국에 도입됐다는 점 외에도 국내도 재난방송 등에 사회적 약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1월 15일 제주 테크노파크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재난방송 고도화를 위한 시연회에서 KBS UHD 상용망을 통해 아바타 수어 재난알림을 시연한 바 있다.
이인구 이큐포올 대표는 “이번 협업은 오랜 기간 미국 방송시장의 굳건한 입지를 다져온 싱클레어의 노하우와 이큐포올의 솔루션이 결합돼 포용적 재난방송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하루빨리 구현돼 미국 내 청각장애인들의 안전권 확보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