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미국 중심 스테이블코인, 환율절상압력 요인 가능성 있어

정유신 교수
정유신 교수

최근 비트코인과 함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말 그대로 코인은 코인인데, 가치가 안정적인 코인이란 뜻이다. 코인을 디지털화폐라고 해석하면 '가치가 안정적인 디지털화폐'라는 얘기가 된다.

탄생 배경을 보면, 스테이블코인의 성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09년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가상화폐 시장은 급성장했지만, 대부분 가상화폐의 가격변동이 너무 컸다. 예컨대 2013년 4월 초엔 단 하루 만에 83%나 가격이 급락한 적도 있었다. 이래서는 거래 수단으로서의 화폐 기능은 작동할 수 없다. 결국 다양한 해결책을 찾다가 업계에서 탄생시킨 대안이 스테이블코인인 셈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달러나 금처럼 안정적인 자산에 가치를 고정해서, 가상화폐의 장점(예 : 빠른 거래와 국경 없는 송금)을 취하면서도, 가치 변동의 위험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최초의 스테이블코인은 2014년 10월 발행된 테더(Tether). 미국 달러와 1대 1의 비율로 가치를 연동시켜, 1테더가 항상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 후 유에스디코인(USDC), 다이(DAI) 등이 잇달아 출시되어, 지난 11월 말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10년 만에 198개까지 늘어났다. 가상화폐 관련 회사뿐 아니라, 최근엔 제이피 모건, 페이팔, 소시에테 제네랄, 비자 등 전통적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가총액도 급성장해서 11월 말 1,900억 달러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67.4%, 시장점유율은 시가총액 1,330억 달러인 테더가 69.7%, 397억 달러인 USDC가 24.6%로 양강 구도다.

어떤 역할 내지 기능을 하고 있나. 한마디로 스테이블코인은 가상화폐거래 촉진에 있어, 일등 공신이란 생각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달리 가치가 안정적이어서, 거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높은 유동성도 제공해서 가상화폐거래와 시장 확대에 핵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 24시간 365일 이용할 수 있는 점, 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회) 등 은행 시스템보다 빠르고 비용이 저렴한 점 등도 가상화폐 시장을 글로벌시장으로 통합하는데, 나름 한몫했다는 게 시장 의견이다. 또한 현재는 전자상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비중(결제금액 기준)은 1% 미만으로 극히 낮지만, 향후 직구, 역직구 등 디지털 무역이 증가하게 되면, 국경 간 거래에 강점이 있는 스테이블코인의 성격상, 전자상거래에서의 결제기능도 빠르게 강화될 전망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 스테이블코인 활성화에 따른 '달러 강세 및 부채감축' 효과가 트럼프 차기 정부의 경제·금융 정책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이다. 현재 거론되는 트럼프 차기 정부의 대표 정책들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저금리정책과 법인세 감세가 포함돼 있다. 시장에선 이들 정책이 단기적으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진 몰라도, 중장기적으론 통화팽창에 따라 인플레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의견이다. 하지, 개인적으론 트럼프 2기 정부가 고물가 때문에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넘겨준 민주당 정부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과 원유증산을 언급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물가안정을 위한 포석이고, 그에 더해 스테이블코인도 한 역할을 할 거란 생각이다. 왜냐면 스테이블코인에 따른 달러강세효과가 미국의 수입물가를 낮춰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달러강세를 바탕으로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해 환율절상압력을 강화할 수 있는 룸이 더욱 커질 수 있단 점이다. 이는 대미 흑자가 많아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자 나라' 소리를 듣는 우리나라 같은 국가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원화가치 절상을 위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면 외환보유고가 감소하게 되는데, 고관세 부과로 수출도 어려워지면 협상력까지 떨어져 이중·삼중고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 차기 정부가 시작된다 해서, 글로벌시장에서 '미국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바로 작동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미국 정부의 親스테이블코인 및 가상화폐 정책에 따라 이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달러강세압력이 커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소위 미국의 '근린궁핍화정책'이 더욱 본격화 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을 준비해야 함은 물론, 스테이블코인과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환율안정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향적이고 유연한 접근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