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성안을 목표로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가 타결되지 못하고 폐회했다. 일부 문안에서는 합의했지만 산유국 입장 고수에 '플라스틱 생산 규제' 등 핵심 쟁점에서 합의 점을 찾지 못했다. 각국은 내년에 추가 회의를 열고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을 성안하기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일주일간의 협상 끝에 2일 마무리됐다. 당초 회의는 1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치열한 협상이 지속되면서 기한을 넘겨 2일 새벽 3시 폐회했다.
국제사회는 2022년 3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하고 총 다섯 차례 협상위를 열었다.
25일 부산에서 개막한 5차 협상위 첫날 회원국들은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 의장이 제시한 3차 제안문을 협상의 기초로 삼기로 합의했다. 협상위에서는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폐기물 관리 △협약의 이행과 효과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며 최소 '선언적 협약'이라도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플라스틱 또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 △플라스틱 생산 규제 여부 △제품과 우려화학물질 규제 방안 △재원 마련 방식 등에서 국가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이 전향적 입장을 보였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거부한 것으로 전한다.
국가 간 이견 끝에 세계 첫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발비디에소 의장은 부산에서 이루어진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5차 중재안을 제안했다. 회원국들은 이를 기반으로 내년 추가 협상회의(INC-5.2)를 개최하고 협상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폐회식에서 “지난 한 주 동안 활발한 논의와 생산적인 토론으로 기존에 70장이 넘는 협약 문안을 20여장으로 줄이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었다”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플라스틱 오염 대응이라는 대의를 위해 각국이 협력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조속히 협약을 성안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우루과이·프랑스·케냐·캐나다·노르웨이 수석대표와 각 조항별로 신속한 진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만찬 회의를 개최하고, 논의 결과를 발비디에소 의장과 UNEP에 전달했다. 또한 부산 회의 계기로 르완다·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면담을 갖고, 양측의 입장을 타협하기 위해 설득했다.
한편, 부산에서 열린 5차 협상위에는 전 세계 178개국 유엔회원국 정부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산업계·시민단체·학계 등 이해관계자, 부산시 관계자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