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맞춤형 활동을 하고 있다. 시간에 맞춘 알람이나 나에게 맞는 옷 등, 거창하지 않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맞춤'에 둘러싸여 있다. 생활 속에 깊숙하게 들어온 이 '맞춤 생활'이 정착되면 개인에게 반복되는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는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루틴이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반복해서 특정제품을 사용하는 행위를 스킨케어 루틴이라고 말한다. 루틴을 유지하는 이유는 피부관리를 위해서다. 만약 화장품을 구입하고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색상이거나 피부의 고민이 해소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제품은 나에게 안 맞네'라며 다른 제품을 구입할 것이다. 인터넷 후기를 보고 구입했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특히 한국 화장품은 선택의 폭이 무궁무진하다. 한국 화장품 시장에는 2023년 기준 3만1000여개 화장품 책임판매업자가 있다. 브랜드 수는 이보다 많으며 당연히 이들 브랜드가 판매하는 제품은 몇 곱절 많다. 무수한 화장품의 홍수 속에 살아가면서 나에게 딱 맞는 화장품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더 나아가 한국엔 여러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소비자들이 두 개 이상의 제품을 혼합하는 것은 하나의 완제품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스킨케어 단계에서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제품의 수는 평균 6개 정도로 평균 3개 정도의 제품을 사용하는 미국, 일본에 비해 2배 정도 많다.
결국 방향성은 맞춤형으로 향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소비자가 선택에 투자하는 시간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미래 사업 방향을 맞춤형 화장품으로 정하고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맞춤형 화장품 시장 규모가 2021년 이미 430억달러를 넘어섰지만 한국에서는 2020년도에서야 맞춤형 조제 관리사라는 자격시험이 처음 등장했다. 한국 화장품은 우수한 품질을 가지고 있지만 화장품의 최첨단이라고 할 수 있는 맞춤형 화장품 분야에선 출발이 늦은 셈이다.
맞춤형 화장품은 시간을 줄여주고, 정확하게 요구에 맞는 제품을 제안한다. 피부 고민이 소비자 혼자서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 함께 고민해 줄 수 있는 영역이 돼야 한다. 먼저 최근 가까운 거리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해 작은 소리들을 모아야 한다. 소비자의 고민이 많은 부분과 제품을 사용 후에 만족하는 부분이나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직접 수집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모아진 데이터는 맞춤형 화장품 결과물의 정확도를 높여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AI) 역시 맞춤형 화장품 고도화에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AI는 단순히 성분이 아니라 촉촉함, 뻑뻑함과 같은 사용감을 결정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코스맥스의 경우 기초 화장품은 물론 색조 화장품 영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화장품 연구 현장에 접목해 정확도·업무 효율을 높였다. 앞으로 개인의 피부 고민, 화장 고민은 '맞춤형 화장품'이 해답이 될 것이다.
박천호 코스맥스 R&I센터 유닛장 chpark@cosm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