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없던 맨바닥에 벽돌을 쌓아온 것 같은 20년이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토대가 잡힌듯 합니다. 그동안 내놓았던 최초·최고 기술 구현 경험을 기반으로 온 국민이 기뻐할 성과들을 이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이름을 높이겠습니다.”
윤천주 ETRI 양자기술연구본부장은 지난 20년 가까이 기관의 양자 기술과 함께 성장한 인물이다. 연구 초기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의 많은 영광을 함께 했다.
2005년 입사해 양자암호통신 분야 연구에 합류했는데, 그해 우리 과학기술 역사에 남을 성과 창출에 기여했다. 당시 ETRI가 선보인 것이 25㎞ 유선 양자암호통신 시연이었다. 국내 최초로 이룬 성과였다.
윤 본부장은 당시 성과가 큰 의미를 지녔다고 술회했다. 그는 “이전 국내 양자 기술 연구는 학교 중심 이론 연구뿐이었다”며 “그러던 중 ETRI가 처음으로 정부 과제를 통해 양자 기술 연구를 본격화해 기술 성공까지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덕에 'ETRI가 양자기술도 잘하는구나'라는 인식을 남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ETRI는 지금까지 굵직한 성과들을 거듭해 내놓고 있다. 2011년 인듐갈륨아스나이드 단일광자검출기 개발이 이목을 끌었고, 2018년 연구를 마무리한 고정형 실환경 무선 양자암호통신 시스템 구현도 찬사를 받았다.
2019년부터 시작한 이동형 무선 양자암호통신을 위한 송신부·수신부 광집적화 모듈 기술 개발도 최초의 성과를 위해 전진하고 있다.
2022년에는 기존 인식과 달리 양자내성 암호를 공략할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을 선보여 파란을 일으켰고, 지난해에는 유선 및 무선 양자 통신 송신부 집적화 모듈을 각각 개발했다. 이는 무려 세계 최초 성과였다.
최근에는 광기반 양자컴퓨팅을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인 8큐비트급 광집적회로 기술도 선보였다.
윤 본부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직원들이 노력을 거듭해 양자 통신, 양자컴퓨팅 영역에서 세계 최초·최고 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며 “조금은 늦게 시작한 양자센싱도 현재 역량을 키워가며 우수한 성과 창출을 진행 중”이라고 피력했다.
윤 본부장은 앞으로도 ETRI 양자 기술의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시간이 흐른만큼 과거보다 큰 인프라를 갖춘 것이 주효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2005년 당시 저를 포함해 서너 명에 불과했던 양자기술 연구자들이 이제는 50명 이상까지 늘어났다”며 “사실은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수한 연구원을 계속 채용 중이며 기관 내 다른 기술 분야인 컴퓨팅, 광통신, 광소자,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연구자 투입 여지도 있어 우수 인력을 충분히 추가 확보할 수 있다”며 “또 자체 팹 시설도 갖춰 우리가 목표로 둔 광기반 양자기술 연구에 강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토대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양자 기술은 현재 기존 기술 대비 세상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온 세계가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세계 최고 기술 역량을 갖춰 우리나라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