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1승' 송강호, '모두의 1승 향한 담백한 스파이크'(종합)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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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1승을 갈구한다. 다만 특정한 결과값만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 배우 송강호가 새 영화 '1승' 속 함께 공감할 메시지를 이같이 밝혔다.

2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영화 '1승'(감독 신연식, 12월4일 개봉)에서 열연한 배우 송강호와 만났다.



'1승'은 '동주'와 '거미집'의 작가이자 드라마 '삼식이 삼촌'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이 만든 영화로,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스포츠물이다. 국내 최초의 배구소재 영화이자, 송강호·박정민을 비롯한 배우들과 카메오 조합을 예고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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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극 중 주인공 중 하나인 '김우진' 감독으로 분했다. 인생도 커리어도 백전백패, 이겨본 적 없는 배구감독으로서 구단주 강정원(박정민 분)이 인수한 '핑크스톰'의 감독으로 부임해 팀의 실질적인 리빌딩을 이끄는 캐릭터다.

무심하게 관망하는 듯한 모습 속에서도 아날로그 이론전문가로서의 날카로운 분석을 토대로 팀원들의 개인역량을 판단, 새로운 선수들의 호흡과 단결을 이끌어내는 모습은 송강호의 담백하면서도 날카로운 캐릭터호흡과 함께 소위 '덕장'으로서의 면모는 물론, 세대공감을 이끄는 어른으로서의 면모로 비친다.

송강호는 인터뷰를 통해 작품과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담백한 철학들을 이야기했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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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식 감독과 세 번째 연속 만남, 어떤가?

▲동주(감독 이준익)에서 그려진 역사적 자취 이면의 예술가이자 인간적인 윤동주의 서사를 보고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던 와중에 인연이 닿게 됐고 세 작품을 함께 하고 있다.

실제 신연식 감독님은 생각보다 심심한 사람이다(웃음). 뭔가 에너지 넘치게 리드하기보다 차분하면서도 꼼꼼하게 작업해나간다. 저보다 연배는 어리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 등에 있어서 선배같은 느낌이 있다.

-꼰대아빠와 엄마, MZ아이들 등 세대소통의 의미도 담고 있는 것 같은데?

▲극 중 김우진은 선배이자 자식같은 후배들을 다독이는 감독으로서, 스스로는 욕할지언정 남들이 선수들을 욕하는 것을 보기 싫어한다.

그렇게보면 정말 한 가정같다. 뭔가 역할배분보다는 한 가정 울타리 내에서 자식같은 친구들이 잘되기를 원하는 인지상정의 마음이 있다. 그러한 마음들이 작품으로 담겨있는 것 같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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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고집에서 점차 부드럽게 변화하는 우진 캐릭터, 실제 송강호와의 연결고리는?

▲저는 김우진 같지 않다(웃음). 아무리 어린 후배라도 따뜻한 조언과 함께 그가 지닌 존중할만한 가치들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김우진 캐릭터도 이해는 된다. 실제 그가 하는 말은 일방적인 말이라기보다, 자신의 상황과 닮은 선수들을 통해 자신에게 질책을 가하는 모습이라 볼 수 있다.

-반칙왕 등 스포츠영화를 직접 연기하던 입장에서 후배들의 움직임을 보게 된 현재. 어떤가?

▲25년전 보라매공원에서 격하게 훈련했던 생각도 나고, 안쓰러우면서 동질감이 들더라. 차상현 감독과 한유미·이숙자 위원이 장면 안팎으로 혹독하게 훈련을 시켰던 만큼 장면상에서는 잘 나온 것 같다.

그와 동시에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부담과 걱정이 있었다. 배구인들의 응원과 성원을 받는 영화인만큼 부끄럽지 않으면서도, 배구의 재미와 매력을 전할 좋은 작품이 되길 바랐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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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식, 김세진 등 선수출신 감독들과의 애드리브도 유쾌하던데?

▲두 감독 모두 재밌기도 하고, 순수한 사람들이다. 퉁명스러운 듯 진한 맛의 신진식 감독이나 깨알같은 재미가 있는 김세진 감독 등과의 호흡이 재밌었다.

-박정민 배우와의 호흡은?

▲파수꾼 때도 그랬지만, '본인 스스로 본인을 쌓아나가는 배우'라는 점에서 놀랐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철학을 스스로 만들면서, 캐릭터든 상황이든 입체적으로 해석한다. 그가 꾸준히 훌륭한 연기를 해왔던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 물론 존경하는 인물로 저를 일컫는 것은 늘 고맙다(웃음).

-선수 역 가운데 눈여겨보여진 배우?

▲배우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었지만, 각자 일에서 인정받았던 분들이기에 그만큼의 매력도 몫도 분명했다. 그 가운데 1인2역을 하신 시은미 선수는 무대인사때 “국가대표 포함 28년동안 배구를 했던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많이들 놀라셨다.

실제로 배구만큼이나 연기도 정말 잘하시더라. 물론 계속하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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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었던 대사?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정상이 다인줄 알고 그 아래가 낭떠러지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나무도 꽃도, 시냇물도, 길도 있다'라는 마지막 토크멘트는 그 자체로도 삶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큰 호흡이라 특별하다.

또한 '언제까지 필드에서 뛸 수 있을 것 같냐'라는 대사는 직접적인 비관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로 스스로에게 뜻깊다.

-할리우드 대작보다 다양성이 있는 한국영화에 집중하는 송강호?

▲블록버스터도 보지만, 새로운 시선의 영화를 봤을 때의 쾌감이 크다. 할리우드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 가운데서 할리우드 영화의 출연은 '진출'의 의미보다는 '연이 닿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연이 닿고 능력이 된다면, 작품이 매력적이라면 출연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만 외국어 연기는 능력도 안되지만 관심도 크지 않다.

사진=키다리스튜디오,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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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화 '1승'의 매력?

▲배구라는 신선한 소재와 함께 승부를 향한 그 과정 속 열기들이 카메라 워킹과 미술, 음악 등이 얽혀진 영화라는 종합예술을 통해 신선하게 다가갔으면 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