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경제 갈등에서 배터리와 전기차에 대한 주도권 전쟁이 치열하다. 다른 국가보다 10년을 앞서 시작한 중국산 전기차 산업은 이미 전체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서방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현재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서방에 본격 진출하게 되면 시장 경쟁 논리가 무너진다는 절박감에 각 국가에서는 고민이 크다.
먼저 미국이 나서 중국산 전기차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이미 25%의 관세로 중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세를 4배인 100%까지 높이기로 했다. 중국산 전기차가 직접적인 미국 수출보다 멕시코 등 우회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미국은 이에 대한 제재를 고민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를 우리나라를 통해 생산, 판매하는 전략도 등장했다. 반조립 제품 형태로 부품을 수입하고 국내 조립 공장에서 일부 우리 부품을 활용, '메이드 인 코리아'로 이윤을 나누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다. 한국을 일종의 '게이트웨이'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중국산에 대한 여러 국가의 관세 폭탄은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 좋은 상황이 아니다. 각국이 서로 보복 관세에 나서면서 수출을 통해 먹거리를 구하는 우리 경제 특성상 유탄을 맞을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의 경우 중국산 전기차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높은 관세 부과는 아무 의미가 없다. 미국 시장에 근접도 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미국 시장에서 약 10% 자동차 점유율을 가진 한국산 자동차는 안정된 시장을 바탕으로 저가 전기차 공습 등에 걱정을 덜었다고 하겠다.
유럽은 미국과 함께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그동안 유럽은 미국과 달리 10%대 관세로 중국산 전기차가 상당 부분을 공략했다. 독일 등에서는 중국 BYD 대리점 등을 통해 다양한 저가 전기차가 점유율을 높였다. 유럽연합(EU)은 위기의식을 갖고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 지급을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최근 관세 부과를 결정해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한다.
폭탄 관세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공략은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보복 관세를 예고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보복 관세로 인한 자국 우선주의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전기차는 풍부한 배터리 원료와 제작을 기반으로 낮은 제작비의 전기차 등 다양한 장점으로 무장해 왔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 약 50%에 이르는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입증된 차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과잉 공급되는 중국산 배터리와 전기차를 필두로 몰아내기식 수출에 몰두하고 있다.
유럽의 반덤핑 관세 부과는 중국산 전기차 진입을 막아 우리나라에 반대급부가 나타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약 11%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에 중국산 전기차가 진입하지 못하면서 결국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등 한국이 새로 공략하는 시장에서 치열한 전쟁이 예상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신기술과 차별화된 차종 개발은 물론 현지 입맛에 철저히 맞는 마케팅 전략 등을 준비해야 한다.
그럼에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전기차는 중저가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 나갈 전망이다. 당장 관세를 높이기 어려운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의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철저하고 충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pskim@daeli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