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석)에너지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서 피와 같은 존재였고 석유유통산업은 그 피를 전달하는 혈관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탄소중립 등 글로벌 에너지 환경의 변화가 예고되면서 주유소는 공멸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 전환이 필요합니다.”
박현동 한국석유유통협회 상근부회장은 석유유통산업의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정유 4사와 500여개 석유대리점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비영리단체다. 언론인 출신인 박 상근부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석유유통산업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박 상근부회장은 석유유통산업이 에너지 대전환의 중심부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2030년 국가감축목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과제로,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름만 팔아서 지속가능한 생존이 불가능하며 에너지 구조의 혁신적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부회장은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의 전환을 석유유통산업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그는 “에너지슈퍼 스테이션은 현재의 주유소·LPG 충전소에 태양광·연료전지 등 분산에너지와 전기차 충전기 등을 설치해 '전기를 직접 생산하면서 충전'하는 미래형 종합에너지 공급 인프라”라고 소개했다. 그는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의 가장 큰 장점을 '친환경적'이라고 했다. 아울러 탄소중립 등 글로벌 에너지 공급 체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과제라고 했다.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 전환을 위해 규제 완화 및 지원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각종 규제는 에너지슈퍼스테이션 확산의 장애물이다. 주유기와 전기차 충전기 이격거리 규제는 일부 완화가 됐지만 협소한 우리나라 도심 주유소의 현실을 고려할 때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특히 에너지슈퍼스테이션 등 신사업 분야 또는 혁신적 사업영역의 경우 규제와 지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주유소에 태양광이나 연료전지 발전 시설을 설치하려면 정부 지원이 필수적인데,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만을 강조해서도 안 되지만, 규제에 방점을 두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규제를 좀 더 현실에 맞게 고치고, 과도한 경우 완화하자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이외에도 알뜰주유소, 카드 수수료 등 현안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알뜰주유소 정책의 경우 이중적 시장가격이라는 문제를 넘어 유통 구조의 선진화, 가격과 관련된 시장의 자율적 경쟁 기능의 회복 등이 고려돼야 한다”며 “주유소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5%로 40년 전 그대로다. 그 사이 주유소 신용카드 사용률은 20% 안팎에서 97%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협회에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정부를 상대로 설득하고, 국회를 상대로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의 에너지 관련 정책에 적극 부응하면서 이를 위해 정부와 회원사와의 가교역할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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