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이동통신사가 보이스 피싱에 대한 대책으로, 범죄자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AI 할머니'를 선보였다.
영국 이동통신사 O2(오투)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전화 사기를 차단하기 위한 인공지능(AI) 모델 '데이지'(Daisy)를 공개했다.
데이지는 할머니 목소리를 모방한 AI 모델이다. 오투의 설문조사 결과 영국인 10명 중 7명이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려 한 사기꾼에게 보복하고 싶지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다. 이에 피싱범에게 '대리 복수'할 AI 할머니를 개발한 것이다.
이 할머니봇은 보이스 피싱범 검거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짐 브라우닝의 도움을 받아 설계됐다. 피싱 사기의 타겟이 주로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할머니라는 점에서 착안해 모델을 할머니로 정했다.
AI 모델이 결합된 데이지는 상대방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한 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통해 상대방에 따른 개인화된 응답을 생성해 음성으로 답변을 생성한다. 구글 제미나이 라이브나 오픈AI 챗GPT 보이스가 작동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보이스 피싱 전화를 대신 받은 데이지는 자신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거나 뜨개질에 대해 열성적으로 말하는 등 범죄자들의 발목을 붙들어 놓는 역할을 한다.
범죄자들이 공유하는 연락망에 데이지의 전화번호를 추가해 실제 구동한 결과 피싱범은 상대 AI인 것을 모르고 최대 40분 동안 하소연을 들었다. 참지 못한 피싱범이 화를 내면 가짜 은행 계좌 혹은 개인정보를 알려주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실제 구동 영상에서 피싱범이 컴퓨터로 특정 사이트에 접근하도록 유도하자 데이지는 “오, 내 고양이 플러피 사진이 보이는데?”라며 동문서답했고, 거의 한 시간을 통화했다고 피싱범이 화내자 “어머, 시간이 그렇게 됐니?”라며 피싱범을 농락했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상상만 하던 AI 할머니가 등장했다”, “정말 통쾌하다”, “내가 본 가장 좋은 AI 사용이다”, “천재적. 더 넓은 지역에 보급돼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뉴스팀 e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