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가결하기까지 약 150분이 걸렸다. 15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 헬기를 이용한 계엄군의 국회 경내 진입 등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0분경 긴급 담화를 발표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정부 관료 탄핵, 주요 예산 삭감 등을 언급하며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밤 11시, 계엄사령부는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 참모총장) 명의의 포고령(1호)를 발표했다. 포고령에는 국회, 정당 등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언론과 출판 통제,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회에서는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움직임이 숨 가쁘게 전개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밤 11시경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여야의 원내대표들도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로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표결하기 위해서다. 계엄 해제요구안을 가결시키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기 때문에 최소한 150명의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와야 한다.
당시 국회는 10시50분부터 투입된 경찰 병력으로 인해 정문과 측문이 막힌 상태였다. 경찰과 국회의원이 대치가 벌어졌고 다수의 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왔다.
밤 11시48분 경에는 국회 상공에서 헬기가 목격됐다. 국방부가 계엄군을 국회 경내로 진입시키기 위해 헬기를 이용한 것이다.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에 따르면 4일 오전 1시 18분까지 헬기로 24차례에 걸쳐 무장한 계엄군 230여명이 국회로 진입했고 0시 40분에는 계엄군 50여명을 추가로 국회 담장을 넘어 경내로 진입했다.
경내에 진입한 계엄군은 국회의사당 정현관과 후면 안내실을 통해 의사당 진입을 시도했고 0시 24분 국회의사당 2층 사무실 유리를 깨고 물리력을 행사해 국회의사당 안으로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도 발생했다.
새벽 1시경, 국회 본회의장에는 190명의 국회의원이 모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들어갔고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150분 이후만의 일이다.
표결이 끝났지만 국회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발표를 기다리며 자리를 지켰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