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고급차 '재규어'가 100%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을 상징하는 파격 디자인의 콘셉트카 '타입(Type) 00'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브랜드 정체성 변화를 상징하는 새로운 로고를 선보였다.
1922년 설립된 재규어는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던 글로벌 주요 완성차 중 처음으로 순수 전기차로 리브랜딩을 시도하고 있다. 리브랜딩 선언 이후 내놓을 첫 양산차는 내년 공개 예정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서 경쟁사보다 빠른 전동화 전략이 성공할 지 주목된다.
재규어가 공개한 타입 00은 긴 보닛과 곡선형 루프라인, 23인치 합금 휠 등을 갖춘 패스트백(지붕에서 후미까지 유선형 구조) 모델이다. '마이애미 핑크'와 '런던 블루'라는 독특한 외장 색상을 채택했다.
재규어는 타입 00에 대해 “어떠한 것도 따라 하지 않는다(Copy Nothing)는 디자인 철학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보여준다”며 “전기차의 관습에 도전하는 극적인 실루엣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재규어랜드로버(JLR)는 미래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부터 5년간 150억파운드(약 26조8500억원)를 투입하는 미래 브랜드 전략 '리이매진(Reimagine)'를 추진하고 있다.
재규어는 리이매진 전략 일환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든 차량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순수 전기차 전환에 따른 재정비 시간을 마련하기 위한 과감한 결정이다.
타입 00 디자인을 바탕으로 재규어가 내년 하반기 공개할 양산형 전기차는 독자 개발한 '재규어 전동화 아키텍처(JEA)'를 적용한 4도어 GT(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고성능차) 모델이다. 영국 재규어 공장에서 생산할 신차는 유럽 WLTP 기준 770㎞(478마일)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재규어는 신차 가격을 10만파운드(약 1억7900만원) 수준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넘어 초고가 브랜드로 분류되는 포르쉐·벤틀리 등과 경쟁하는 고급 전기차 브랜드로 타깃을 변경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 따라 재규어의 한발 앞선 전기차 전환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벤츠는 2030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포르쉐 역시 2030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80%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고수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